[금진호 경제칼럼] 100세 시대를 준비하는 ‘상속 경제학’ 이야기
[금진호 경제칼럼] 100세 시대를 준비하는 ‘상속 경제학’ 이야기
  • 홍석원 기자
  • 승인 2018.09.11 1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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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금개발원 연구위원대전과학기술대 겸임교수
한국연금개발원 연구위원
대전과학기술대 겸임교수

지구촌 최고의 갑부 중 하나인 록펠러 가문은 자녀들의 경제교육을 독특하게 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생전에 ‘석유왕’이라는 명성을 얻었던 록펠러 가문의 설립자 존 록펠러(John D. Rockefeller)는 자신의 자녀들에게 일주일 단위로 용돈을 주면서 사용처를 정확하게 가계부에 기록하도록 했다. 용돈의 3분의 1은 아이들이 마음대로 쓸 수 있었지만, 3분의 1은 저축을 해야 했고, 나머지 3분의 1은 기부를 하도록 했다. 이런 규칙을 지킨 자녀에겐 상금을 줬고, 저축이나 기부를 하지 않고 지출이 과다한 자녀에겐 용돈을 줄였다. 실제로 그의 후손들은 자신들이 물려받은 유산으로 수 세대에 걸쳐 부를 이어오면서 자신들이 증식한 재산으로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 기부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성실히 돈을 벌고 최대한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록펠러 가문이 꾸준히 지켜오고 있는 철학이었다.

최근 미국에서는 재산뿐만 아니라 부모의 철학과 가치관까지 물려주는 새로운 차원의 유산상속, 바로 ‘레거시 설계(Legacy Planning)’가 유행하고 있다. 이 레거시 설계는 3가지 뜻이 있는데 첫 번째는 지금껏 자신이 모은 재산을 자자손손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것이고, 두 번째는 후대에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자손들에게 전수하는 것을 말하며, 세 번째는 자선이나 기부를 통해 세상에 자신이나 가문의 족적을 남기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선 사전에 자녀들에게 재산의 일부를 증여하고 나머지는 사회에 다양한 형태로 환원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은 왜 상속에 실패할까? 그 이유 중 하나는 부모들이 끝까지 재산을 붙들고 있기 때문이다. 병석에서까지 움켜쥐고 있다가 마지막 순간에 가장 효도한 자녀에게 재산을 주겠다는 생각이다. 이렇게 되면 열의 여덟은 부모가 죽고 난 뒤 자식들 간에 재산 다툼이 일어난다. 상속에 대한 계획을 사전에 세우고 가족들 간에 상속에 대한 대화와 가족들의 신뢰가 없었기 때문이다.

100세를 살아가는 과정에서 ‘상속’은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숙제다. 돈은 쓰는 것보다 베푸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자녀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과거 상속이 철저하게 자식과 후세를 위한 것이었다면 이제는 사회와 이웃을 바라보는 인식의 변화를 가져야 한다. 한평생 쌓아온 재산이 자자손손 오래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면 이제는 과거와는 다른 방식의 상속을 고민해 봐야 한다. 그리고 부모의 유훈과 당부의 내용을 글로 남기면 자손들이 대대로 추모할 수 있다. 유서를 준비하는 것도 매우 아름다운 상속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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