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시론] 우리나라만 있는 풍토병 ‘분노증후군’
[충남시론] 우리나라만 있는 풍토병 ‘분노증후군’
  • 임명섭 주필
  • 승인 2018.09.12 1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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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시대에 한 나라의 풍토병이 세계로 곧장 퍼져나기 마련이다.

그런데 절대로 다른 나라로 번지지 않고 우리나라에만 있는 질병이 있다. 우리가 흔히 홧병 혹은 속앓이라고 하는 병이다.

일명 울화병·한국민속증후군 등으로 불리는 홧병은 한국에만 있는 질병이다. 억울한 감정이 누적되고 해소되지 않은 상태가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것을 말한다.

홧병은 특히 여성에게 많고 그것도 중반 이후에 주로 나타나는 병으로 가슴 속에 큰 응어리가 뭉쳐 있는 듯하며 가슴 통증과 호흡곤란, 소화불량 등의 증세가 함께 나타난다.

이 증세는 스트레스까지 겹쳐 속이 까맣게 타들어간다. 그래서 한방에서는 홧병을 분노와 걱정거리가 쌓여 인체의 기순환을 막고 가슴에 열이 뭉친 병이라는 의미로 ‘심화’(心火)라고 표현한다.

여기서 화(火)는 서양의학의 스트레스와 대응되는 한의학적 개념이다. 이 병에 관한 기록이 없어 알 수는 없으나 아마도 수백 년 전부터 있어온 병임은 틀림이 없다.
한국 사람에게는 화가 많다. 참는 것을 미덕으로 삼았던 조선시대의 유교적 전통주의 때문일까?

홧병은 분노증후군으로써 분노의 억제로 발생된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스트레스라는 말을 일상에서 많이 사용하게 됐다. 그만큼 스트레스에 많이 노출되어 있음을 뜻한다. 특히 여성들에게만 가해지는 극심한 스트레스가 존재한다.

옛날에는 한국의 여자들은 가정에서 자기 주장을 내세우지 못하고 살았기에 어찌 울분이 치밀지 않고 한이 맺히지 않고 가슴앓이가 생기지 않았을까?

‘홧병’은 마음의 상처를 묵혀두어서 생기는 병이다. 의학 사전을 찾아보면 ‘명치에 뭔가 걸린 느낌 등 신체 증상을 동반하는 우울증의 일종으로 우울과 분노를 억누르기 때문에 발생한 ‘정신 질환’의 일종으로 되어 있다.

미국 정신과의사협회도 ‘한국인에게서 주로 나타나는 분노증후군(홧병)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면서 병명도 우리말 발음을 그대로 옮겨서 ‘Hwa-byung’이라 표기하고 있다.

한국의 중년 여성들에게 흔한 병이다.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고 풀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울과 분노를 억누르기 때문에 겪는 정신 질환이고 홧병을 오래 앓은 사람들은 전신이 아플 수 밖에 없다.

홧병은 참을 수록 더 위험하다. 홧병은 ‘심열증’이라고도 한다. 심열증은 심장이 과열되어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심장은 모든 장기에 에너지를 전달하는 곳이여 과열되면 기능에 이상이 생겨 곳곳에 이유 없는 통증 등 고장이 나기 마련이다. 따라서 과열된 심장을 안정시키고 자율신경을 바로잡아 오장육부의 균형이 이뤄질 때 홧병에서 멀어지게 된다.

‘홧병’은 약물 치료도 중요하지만 마음의 고통이 풀릴 때 치유가 된다.마음을 풀고, 비우고, 응어리 진 고통을 풀어내야만 낫는 병이다. 그러려면 모든 것을 용서하고 화해하는 마음을 가지면 치유가 된다. 과거의 상처로부터 벗어날 때 어두운 동굴에 갇혔던 환자가 동굴 밖 세상으로 빠져 나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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