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학창시절 추억 수학여행, 이제 가난하면 추억도 없다”
[기고] “학창시절 추억 수학여행, 이제 가난하면 추억도 없다”
  • 이민훈 사회복지법인 누리봄 산하시설 장애인주간보호센터 헬로 원장
  • 승인 2018.10.14 1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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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버스가 길게 늘어진 학교 교정에 들어서면 설렘과 기대감으로 많은 일들을 상상했었다.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새롭게 펼쳐질 여행이라는 즐거움에 흥분을 가라앉히기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었다. 수학여행이라는 여행 자체는 그만큼 학창시절에 빠질 수 없는 즐거움의 추억이란 것이다.

어느 날, 필자가 운전을 하며 라디오에서 들여오는 소식을 접하고 기겁했다. 요즘 수학여행 경비가 약 100만 원은 기본이고 최고 약 460만 원이라는 소식이었다.

요즘 같이 각박한 세상에 자녀의 경비로 그 많은 비용을 지출할 부모는 정말 돈이 많은 부자일 것이란 생각보다는 행여나 비용문제로 수학여행을 떠나지 못해 상심할 학생들이 떠오른다.

‘빈익빈(貧益貧)’이라고 가난한 사람일수록 더욱 가난하게 된다는 옛말로써 자녀의 일생 단 한 번뿐인 수학여행을 가난이라는 허물로 보내지 못해 상처라도 줄까 부모는 빚을 내서라도 보내야 할 판이다.

고액의 수학여행을 계획한 학교 측은 해외여행의 경험이 자라나는 청소년기의 학생들에게 세상의 견문을 넓히고 집단생활 개발과 자조력(自助力) 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며칠 해외에 그것도 아주 잠깐 다녀왔는데 청소년의 의식적인 부분에 변화가 생겨 견문이 넓어지고 의식행위가 개발된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는 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부모는 비싼 수학여행을 보내려 하는 것인가. 필자의 개인적 소견은 부모의 욕심이라기보다 학교행정이 보여준 민낯이라 생각된다.

가정의 재력(財力)이 교육에서 조차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가난한 가정의 학생은 자신의 소중한 학창시절의 추억조차 남길 수 없는 비참한 현상이 되었고 이를 교육부에서는 방관하고 있는 것으로 밖에는 보이질 않는다.

공부를 못해도, 돈이 없어도 ‘친구’라는 울타리에서 평등하게 교우관계를 유지했던 지난 우리의 옛 시절이 그리워만 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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