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시론] 아기 울음소리가 적어 나라가 늙어가고 있다
[충남시론] 아기 울음소리가 적어 나라가 늙어가고 있다
  • 임명섭 주필
  • 승인 2018.11.14 1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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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의 점점 바뀌는 결혼관 때문에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지금의 어르신들이 젊었을 당시는 결혼은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가진것은 없어도 그냥 그렇게 사는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보다 풍족해졌는데도 대부분이 경제적인 이유로 결혼을 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

우리의 결혼 가치관이 많이 달라졌다. 새삼스러운 일이라고 볼 수 없지만 취업에 대한 압박에서 벗어난 낮은 연령층은 결혼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더 강하다.
그러한 인식 변화가 통계로 나타났다. 결혼하지 않아도 동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늘고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줄었다.

최근 발표된 통계청의 ‘2018년 사회조사’ 결과 우리나라 13세 이상 국민의 과반수가 결혼이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고 답해 충격을 줬다.
남녀가 결혼하지 않아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56.4%로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한국이 초저출산국가로 분류되고 있지만 10대부터 이런 인식을 갖고 있다면 인구감소현상은 더욱 가파르게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져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미래가 걱정스럽기만 하다. 우리의 결혼관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변했는지 조사 결과로도 알 수 있다. 결혼을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결혼 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는 생각도 많은 사람이 동의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제 우리도 법적인 결혼과 상관없이 사실혼 관계의 동거 부부와 그 자녀에 대한 제도적인 대우를 검토할 때가 왔다. 결혼 기피현상이 늘어난 것은 젊은층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반영된 것이다.

과도한 집값, 워킹 맘의 애환, 비정규직의 설움, 높은 벽에 막힌 양질의 직장은 결혼관을 환상으로 바꾸어 놓았다. 몇 년째 지속되는 취업빙하기와 서민경제의 악화가 결혼이 무거운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결혼을 기피하면 자연적으로 출산율은 추락하고 인구절벽은 심해질 수 밖에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동거의 선호도가 높아져 자녀를 갖겠다는 점이 한숨을 돌린다.

때문에 정부도 비혼(非婚) 가정에게 동등한 대우를 해줘야 한다. 남녀 커플의 생활양식에는 결혼만 있는 게 아니다. 동거도 있고, 법정에서 곧잘 다툼거리가 되는 사실혼도 있다.

때문에 결혼, 사실혼, 단순 동거 커플에 대한 권리와 의무부터 공론화해 나갈 때다. ‘잘난 커플만 결혼한다’는 판이니, 출산 보육에만 지원을 집중하다가는 “정부가 청춘의 양극화를 재촉한다”는 비판을 듣기 십상이다.

산업연구원은 16년 뒤 우리는 인구경쟁력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 회원국 가운데 21위로 떨어진다는 전망을 내 놓았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경제활력은 떨어지고 부양 부담이 커져 ‘늙은 나라’로 변할 수 밖에 없다.

아기의 울음소리가 줄어드는 늙은 나라는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없다. 정부가 출산장려에 아무리 돈을 쏟아부어도 백약이 무효다. 더 늦기 전에 저출산 흐름을 반전시킬 근본 대책을 짜내야 한다. 정부의 지원도 좋치만 실천은 하지 않고, 말만 늘어놓으면 결혼을 늘리고 출산율을 높이기에는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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