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대학 졸업식장 같은 곳에서 “여러분은 이제 졸업과 더불어 사회로 나갑니다”하는 식으로 시작하는 근엄한 총장님의 축사를 자주 듣게 된다.
사회로 나간다는 표현은 “저는 사회경험이 별로 없습니다, 앞으로 많이 지도해주십시오”라든가, “저는 사회생활을 막 시작했습니다”또는 “저 녀석은 사회물을 너무 많이 먹었어”하는 등등의 관습적인 말투와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음은 물론이다.
두말할 필요 없이 모든 개인과 집단은 엄연한 사회적 존재로서 사회의 일원이며 사회와 떼려야 뗄 수 없이 연결되어 있다.
더구나 대학이란 곳은 중대한 사회 집단의 하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사회로 나가야 하며 사회생활을 시작해야 하고 사회경험을 새로이 쌓아야 한다. 이처럼 대학총장이나 저자거리의 보통 사람들에게도 사회라는 말은 심각한 거리감마저 느끼게 만드는 일종의 무서움과 두려움의 대상으로 비친다.
따라서 사회로 나가기 위해서는 나름대로 비장한 각오가 필요하고 사회경험을 제대로 쌓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공포가 앞서며 사회물을 많이 먹은 사람들은 또 그들대로 손가락질의 표적돼 사회경험이 없어도 문제며 사회물을 너무 많이 먹어도 문제가 되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이 거미줄처럼 촘촘히 얽혀 있고 텔레비전을 비롯한 각종 언론매체와 인터넷이 전국의 거의 모든 가정과 온 세계의 미세한 움직임 하나하나까지 빈틈없이 다 연결시켜놓았는데도 왜 우리나라에서는 사회가 이런 식으로 별종처럼 특별대우를 받는가.
그 정도가 아니라 왜 우리 사회는 그 구성원들로부터 거리낌과 두려움의 대상으로 낙인찍혀 있는가. 한마디로 이러한 부정적 공동체의식 혹은 군집성은 전 근대적 생활양식 및 의식구조로서 맹목적 소집단 이기주의의 한 표현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현상이 버젓이 일상화되어 있다. 문제는 종친회·동창회·향우회 등등과 관련된 바로 이러한 부정적 공동체의식이 전체 사회의 규범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에서 이 집단의식이 침투하지 않는 영역은 거의 없다.
모든 사회문제의 밑바닥에는 대부분 바로 이 부정적 공동체의식이 독기를 머금고 똬리를 틀고 앉아 있게 되는 것이다. 자신이 속한 집단에 대해서는 무한한 신뢰감으로, 반면에 타 집단에 대해서는 원초적인 불신으로 대응하는 원시적인 일상생활이 만들어진다.
견해나 이념의 차이가 개방적인 토론이나 민주적인 의사소통 방식을 통해서 다듬어지는 것이 아니라 화합할 수 없는 적대 세력처럼 타도의 대상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사회가 두려움의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맹목적 소집단 이기주위 보단 사회 구성원들이 모여 상호 거리를 좁히고 서로간의 차별을 엷어지게 만들어 혼연일체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단 한사람만이 반대의견을 갖고 있다면, 그 한 개인이 전부를 침묵시킬 수 없는 것처럼, 사회 또한 그 개인에게 침묵을 강요할 수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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