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국민과 약속 반드시 지켜야
손학규, 국민과 약속 반드시 지켜야
  • 오세훈 주필
  • 승인 2007.03.19 1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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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한나라당 탈당을 공식 선언했다. 강원도 눈 덮인 산사로 잠적해 닷새간 장고를 거듭한 끝에 내린 결심이다.
손 전 지사는 정가 일각에서 관측했던 ‘경선불참-백의종군설’을 뛰어넘어 아예 이번 기회에 자신이 몸담았던 정당을 자진해서 박차고 나갔다. 대선을 9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탈당을 결행한 손 전지사는 이명박, 박근혜씨와 함께 이른바 한나라당 ‘빅 3’에 들어갔던 인물이다.
국민은 한나라당이 경선을 국민적 축제로 승화시켜 정치발전에 기여해 줄 것을 기대했지만 손 전 지사의 탈당으로 그런 국민의 기대는 무참히 무너졌다.
명분과 이유가 어떠하든 손 전 지사 뿐 아니라 다른 유력 대권주자를 포함, 한나라당은 국민에게 커다란 실망을 안겨주었다. 한나라당 경선을 앞두고 다시 한번 정치의 후진성을 보는 듯해 안타까울 뿐이다. 손 전 지사는 탈당 회견에서 자신을 고구려 건국자 ‘주몽’에 비유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장래와 국민의 희망에 등을 돌릴 수는 없다”며 “한나라당을 위해 순교하기보다는 국민을 위한 순교를 선택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 집권세력을 ‘무능한 진보’로, 자신이 몸담았던 한나라당을 ‘수구 보수’비판하면서 ‘낡은 정치구조’를 바꿔 “미래, 평화, 통합의 시대를 경영할 창조적 주도세력”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정치인으로서 탈당을 결행하면서 대국민 약속과 비전을 제시했다. 이는 손 전 지사가 당내 진보-중도 개혁을 표방하는 세력을 대표해 왔기 때문이다. 그의 탈당으로 한나라당은 지도부의 정치력 빈곤과 통합 능력 부족이라는 국민적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이번 기회에 한나라당도 손 전 지사의 탈당을 그런 대세론에 경종을 울리는 일대 전기로 삼아야 한다. 국민들은 손 전 지사가 새 정치 바람을 일으킬지 아니면 낡은 정치의 구태를 다시 되풀이할지 지켜보고 있다. 그가 약속을 지키면 국민은 그를 평가할 것이고 그가 약속을 저버리면 국민도 그를 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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