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진호 경제칼럼] 금수강산에 불어닥친 ‘미세먼지 경제학’ 이야기
[금진호 경제칼럼] 금수강산에 불어닥친 ‘미세먼지 경제학’ 이야기
  • 홍석원 기자
  • 승인 2019.03.27 1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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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금개발원 연구위원
대전과학기술대 겸임교수

오늘도 핸드폰에서 삐~ 소리가 울린다. 미세먼지에 대한 재난문자 안내다. 정부는 국가재난이 된 미세먼지 문제에 대해 재난문자만 연달아 보내고 '외부활동을 자제하라, 마스크를 쓰라'며 개인적 행동 요령만 알리고 있다. 미세먼지는 사회정의와도 연결돼 있다.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는 어린이와 노인, 환자, 야외노동자, 노숙자 등 취약계층이 가장 먼저 입는다. 한겨울에도 난방이 되지 않아 외투를 껴입고 자야만 하는 저소득층이 몇천 원짜리 마스크를 매일 매일 바꿔 쓰고, 집에 공기청정기를 들여놓을 수 있을까?

2018년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초미세먼지 농도가 두 번째로 높은 나라였고, 미세먼지가 심한 100대 도시에는 44곳이나 이름을 올렸다. 점심시간과 방과 후의 초등학교 운동장은 텅 비어 있으며, 바깥에서 말리는 곶감이나 황태는 잘 팔리지 않는다. 금수강산이라던 우리나라는 이제 최악의 미세먼지 공습이 경제 지도를 바꾸어 놓았다. 공기청정기는 2014년 50만 대가 팔린 틈새 가전이었지만, 지금은 필수 가전으로 급부상하면서 210만 대로 불어났다. 의류 건조기, 공기청정기, 물걸레 청소기에 미나리, 공기정화 식물까지 클린과 그린 상품이 특수를 누린다. 사람들이 외출을 꺼리면서 그늘이 드리우는 곳도 많아졌다. 오프라인 매장과 특히 길거리 소비가 많은 골목상권은 미세먼지로 인해 치명적이다. 반면 배달의민족 등과 같은 배달 앱 주문은 예년에 비해 크게 늘었으며 아이와 함께 캐나다 등으로 장기 피신하는 관광상품도 나왔다.

최근 미세먼지가 날로 심해지면서 미세먼지를 제거할 수 있는 가전제품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시장의 수요는 '환경 가전'이라는 새로운 상품군을 만들었으며, 대기 질 오염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환경 가전이 필수 가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최악의 미세먼지가 연일 한반도를 짓누르던 때에 모 증권회사는 '오늘의 특징주'로 LG전자를 추천했다. 미세먼지 공습이 일상화되면서 공기청정기, 의류 건조기, 스타일러 등의 절대강자인 LG전자의 수혜가 예상된다는 이유를 달았다. 퓨리케어(공기청정기)를 돌리고 트롬 건조기로 빨래를 말리며 스타일러(의류관리기)에 옷을 걸어두는 사람이 늘어날 것을 생각한 것이다.

경제와 주식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브라질에 비가 내리면 스타벅스 주식을 사라'는 경제 현상의 '나비효과'를 대중에게 널리 전파한 책이다. 가뭄이 든 브라질에 비가 내려 원두 공급량이 증가하면 원두값이 떨어질 것이고 원두값이 떨어지면 스타벅스의 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해 많은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다. 이 책의 저자인 ‘피터 나바로’가 만약 한국이 미세먼지로 고통받는다는 얘기를 듣는다면 어떤 생각을 했을까?

정부는 나라 전체가 미세먼지로 고통받는데 국내 문제만 단속하고 있다. 경유차와 석탄 발전소가 그것인데, 옆집에서 건너오는 미세먼지는 어떻게 할 것인가? 정부는 더 큰 미세먼지 재앙이 오기 전에 미세먼지의 근본 원인인 중국에 목소리를 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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