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권 바뀌면 기관장 쫓아내기 사라져야 한다
[사설] 정권 바뀌면 기관장 쫓아내기 사라져야 한다
  • 충남일보
  • 승인 2019.03.27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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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문건’으로 검찰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이 기각했다. 영장이 기각돼 큰 불은 잡았으나 정권이 바뀔 때 마다 일어나는 기관장 쫓아내기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김 전 장관은 전 정권에서 임명된 한국환경공단 상임감사 김 모씨에게 사표를 제출하라고 강요했고, 이에 불응하자 표적 감사를 벌여 결국 물러나게 했다는 것이다. 김씨 후임자를 선발하면서 현 정부와 가까운 인사에게 편의를 제공했고, 그가 탈락하자 다른 산하 기관 대표로 임명될 수 있도록 힘을 썼다는 혐의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가 개입했는지, 불법 행위가 있었는지는 검찰 수사와 앞으로 있을 재판을 통해 밝혀질 일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되는 공공기관 임원의 물갈이 관행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기관장은 임원추천위원회 복수 추천과 운영위원회의 심의 의결 등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게 되어있다. 형식적으로는 투명한 절차를 밟지만 정권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 고위직 인사를 두고 전문성과 독립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배경이다. 특히 정권이 바뀐 직후 전 정부에서 임명된 임원들은 임기가 남았음에도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거나 직간접적인 강요에 의해 밀려나는 사태가 되풀이되곤 했다.

정권이 바뀌면 겉으로는 공공기관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말하면서도 뒤로는 친정권 인사를 낙하산으로 보내는 것이 상례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의 단초를 제공한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은 전국 공공기관장과 감사의 임기가 적힌 리스트를 관리했다고 폭로했다.

그게 사실이라면 현 정권에서도 똑같은 행태를 보인 셈이다. 청와대는 정부와 공공기관 고위 공직자에 대한 인사검증 차원의 통상적 업무 범위라고 항변하지만 구설에 오른 것 자체만으로도 반성해야 할 일이다.

박근혜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강력한 비판 받았고, 적폐청산 과정에서 관련자들이 법의 심판을 받기도 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국민 눈에는 비슷한 사건으로 보인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기관장을 쫓아내고, 이로 인해 사회적 분란을 일으키는 일은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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