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사회의 위기
대학사회의 위기
  • 탄탄스님
  • 승인 2019.04.03 11: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탄탄스님(자장암 감원, 동국대 강사)
탄탄스님(자장암 감원, 동국대 강사)

지성의 전당 대학이 만신창이다. 채 몇 십만 원도 안 되는 열악한 강사비를 받으며 시작한 10년 넘는 세월 동안의 보따리(강사) 자리도 이제는 정말 한계가 다달은 듯하다. 예전엔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운 박사학위도 생존의 무게만 더할 뿐이지 부질없는 시대가 되었다. 강사자리도 한정이 되어서 신학기만 되면 열악한 강의 자리조차 해촉되지나 않았는지 여하튼 불안해하며 가슴 조이며 보내온 세월이지만, 이제까지 견디어온 것만도 내 자신이 스스로 대견할 뿐이다.

모교에서 서른이 넘어 늦깎이 만학도로 시작하여 이 만큼 왔으면 후회는 없지만, 이제까지 대학 사회에서 십수년을 철밥통으로 갑질하던 한 줌도 안 되는 교수들도 이제는 좋은 시절이 그리 오래 가 질 못할 듯하다. 대학 사회는 이제 많은 시련을 앞두고 있다.

공공연하게 회자되고 대부분 공감하는 분석이지만, 대학은 갈수록 공허해진 지도 꽤 되었으며 전문서적이나 학술적인 잡지는 안 팔리고, 심지어 전공자들조차도 읽지 않는 풍토가 만연 되었다. 학회는 사교장이나 여행 프로그램으로 변모하여 줄 세우기에만 몰두하고 감성과 힐링, 자극과 억지, 공감만이 넘치는 반지성주의 사회가 되었다. 인문학은 이제 무용지물이 되어간지도 오래이고 삶이 더욱 빡빡해진 탓도 있지만, 보통 사람들이 감당하기에는 정보화 사회는 너무 복잡해졌고 또 처리해야 할 정보가 이미 산적해졌다.

인간이란 그다지 사유를 좋아하지 않기에 자기를 계발하고 변화를 추구하기 보다는 남이 대신 해주길 바라며 더 쉬운 감성의 길을 택한다. 그걸 알고 감성을 더 자극적으로 이용하려는 정치꾼과 장사치들이 나오며 인간을 인공지능의 심부름꾼으로 만들려는 과학자와 사업가가 나오고 이 추세가 더 깊어지기 전에 지성주의 사회를 만들지 못하면 대부분의 인간은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고 감성과 인공지능에 휘둘리는 신종 노예가 될 판이다. 과연 지난 시절 대학이 지성의 전당 이었던 적은 있었나 하는 의문조차 드는 현실이 되었다.

최근 전국의 교육청별로 각기 주관하는 대학입시박람회며, 고교에서 주관하는 고교초청 진로진학박람회, 지역 대학끼리 연합해서 전국을 순회하면서 개최하는 대학연합 대학입시 정보박람회, 이벤트회사나 지자체에서 주관하는 수시박람회 등등 어느 때에는 하루에도 2개 이상의 입시행사가 서로 다른 지역에서 동시에 열리기도 한다.

또 대학 독자적으로 고교와 연계한 대학수시설명회를 만들어 해당고교를 방문하기도 하고, 전교생이 수백여 명 밖에 되지 않는 단일 고교에서 개최하는 대학진학설명회에도 수십 개의 대학이 동시에 몰려와 설명회를 개최하는 것이 요즘의 세태이다. 그야말로 대학박람회의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예전에는 입학처 직원들 위주로 이루어졌던 소규모 입시홍보프로그램이 대학 행정의 큰 행사로 점점 변해가고 있다.

과거에는 체면을 거론하고 연구와 강의로 바빠서 입시행사에 불참했던 교수들의 자리보전도 어려워 질것이며, 권위조차 점점 잃어가고 가르치는 제자들에게 성추행이나 하는 파렴치한들도 부지기수이다.

우리 사회의 학령인구의 감소를 절실히 체험하고 있는 최근의 3년간 전국의 수험생이 기하급수적으로 수직 하락 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대로라면 철밥통을 끌어안고, 목에 힘을 주며, 뻐기던 대학교수사회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라고 본다. 매년 7월이면 강남의 승과평이 있던 노른자 땅인 코엑스에서 전국의 140개 이상 4년제 대학이 참여하여 개최하는 가장 큰 박람회인 ‘대학입학 정보박람회’를 보면서 한국의 대학사회의 급격한 변화를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상아탑에서 본연의 자리를 지키고 있던 교수들이 이 행사에 적극 참여한다고 한다. 지방대를 중심으로 대학교수가 수험생들을 직접 만나기 위해 박람회 행사장에 참여하는 사례도 점점 늘어가고 있으며 지난해는 행사에 참여한 대학의 40%가 대학 교수들이 참여하는 진로진학 컨설팅을 열었고 홍보에 차별화를 주는 모습을 보였다.

이제는 입시홍보에 대학교수가 참여하는 것은 더 이상 낯설지 않은 광경이 되어 버린 것이 되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박람회 부스에 교수가 앉아 수험생이나 학부모를 대상으로 진로진학을 상담해 주던 것이 어설펐던 교수들에게 이제는 대학 본부에서 요구하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학과나 단과대학을 대표해서 박람회 부스에 찾아와 컨설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형편이다.

이처럼 교수들이 적극적으로 신입생 유치에 나서고 각 단과대학이나 학과마다 입시홍보 현장에서의 희비는 갈리는 편이다. 어느 단과대학은 참여한 교수만으로 부족해서 2~3명의 입학사정관이 달려들어 수험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상담을 해주기도하며 그러한 반면에 어느 단과대학 교수는 오전에 서너 명 밖에 상담을 하지 못했다고 바쁜 옆의 교수를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는 현상이 목격되곤 한다. 

이런 현상은 대학의 통계를 들여다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4~5년 전까지만 해도 인기가 많아 대학 정원의 20% 이상을 담당했던 경상계열 학과가 학령인구가 줄어들고 취업난으로 인한 수험생들의 비선호 경향으로 지금은 9%선까지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험생들은 소위 취업이 잘된다는 IT계열 혹은 의보건 계열로 몰리고 있다.

그러다보니 선호도가 낮은 단과대학의 교수는 대학본부로터 정원을 채우는 것은 물론 단과대학이나 학과의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을 지상명령으로 받고 있다. 그러다 보니 연구실에 있을 여유가 없는 것이 당면한 현실이다. 지금은 그래도 나은 편이다. 명년 입시부터는 3년간 약 15만명, 지금의 수험생보다 30%가 넘는 인원이 짧은 시간 안에 사라진다.

대학사회는 이젠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환경으로 돌입하게 된다. 각 대학들은 이 격랑의 파도에서 살아남기 위해 온갖 방법을 강구하고 있고, 그 일선에 대학교수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제 대학 사회에서 유능한 교수는 학문적 업적보다도 학과에 정원을 넘치게 하는 것이 유능한 교수라고 하니 참으로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