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진호 경제칼럼] 금 세공업자와 은행, ‘이자 경제학’ 이야기
[금진호 경제칼럼] 금 세공업자와 은행, ‘이자 경제학’ 이야기
  • 홍석원 기자
  • 승인 2019.04.03 1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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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금개발원 연구위원대전과학기술대 겸임교수
한국연금개발원 연구위원
대전과학기술대 겸임교수

은행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많은 문헌에는 유럽의 금(金) 세공업자로부터 은행이 탄생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과거 금이 돈을 대신하여 거래되던 시기에는 금의 부피와 무게 제약으로 가지고 다니기가 쉽지 않았고 간혹 중량과 순도에 있어서 말썽이 나기도 했다. 이러한 단점을 해결하고자 사람들이 약간의 보관료를 지불하면서 금 세공업자에게 금을 맡겼는데, 이는 금 세공업자가 튼튼한 금고를 가지고 있어 안전한 보관이 가능하고 순도 또한 보증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이후 점차 불편한 금을 직접 주고받는 것보다 금 세공업자가 발행한 보관증을 이용해 상거래를 하면서 맡겨둔 금을 실제로 찾으러 오는 경우가 드물어졌다. 그러자 금 세공업자들은 보관하고 있던 금을 가지고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대출을 시작했고 그에 대한 이자를 받아 돈을 벌기 시작했다. 이때 금 세공업자가 막대한 부를 축적하게 되면서 금을 맡긴 주인들이 금 세공업자가 자신들의 금을 이용해 돈을 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항의하자 금 세공업자는 대출로 발생하는 이익 중 일부를 금 주인들에게 나누어 주었는데 이것이 오늘날의 이자의 개념이 되었다. 이익 중 일부를 받은 금 주인들이 여기에 만족하여 조용히 하자 금 세공업자들은 맡아둔 금보다 더 많은 보관증을 발급하여 점점 더 많은 돈을 벌게 되었는데, 어떻게 금도 없이 보관증을 남발할 수 있었을까?

이는 금 세공업자들의 경험상 사람들이 금을 맡긴 후 찾아 쓰는 비율은 통상 맡긴 금의 10% 정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10%가 현재 은행들의 지급준비율의 시초가 되었다. 100만 원의 현금이 예금으로 들어올 때 예금 금액의 10%만 현금으로 남겨도 된다면 90만 원은 대출을 해 줄 수 있는 것이다.

2014년 이후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가계부채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져가고 있다. 가계부채가 늘어난 것은 주택가격의 상승 기대와 과다한 소비심리 등으로 자신의 소득수준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과다한 대출이 주를 이루었는데,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정부가 대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담보율을 낮추어 차츰 안정세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정부의 대출 규제로 주택담보대출과 주택매매 거래는 급감했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만 봐도 그렇다. 지난달 증가 폭은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1조 원이나 줄어들었다.

그런데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며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반사이익을 누리는 건 오히려 세금을 내지 않고 현금을 소유한 ‘현금 부자’다. 현금을 소유한 부자들은 가격을 낮춘 매물이나 미분양된 고가 아파트들을 매입하고 있다. 중국 부자들이 현금을 들고 가서 뉴욕에서 부동산을 사들이는 것처럼 ‘부동산 쇼핑’을 하는 것이다. 이런 뉴스를 접하는 서민들은 이래저래 마음에 상처만 받고 조금이라도 값싼 주택을 알아보러 다니니 발바닥은 멍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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