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진호 경제칼럼] 대형 참사를 불러오는 ‘화재 경제학’ 이야기
[금진호 경제칼럼] 대형 참사를 불러오는 ‘화재 경제학’ 이야기
  • 홍석원 기자
  • 승인 2019.04.10 14: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연금개발원 연구위원대전과학기술대 겸임교수
한국연금개발원 연구위원
대전과학기술대 겸임교수

강원도 고성에 큰 산불이 일어났다. 한 전신주의 개폐기에서 시작된 불꽃이 마른 나무들이 있는 야산으로 옮겨지며 거센 바람을 타고 삽시간에 인근 지역으로 퍼졌다. 정부는 이번 산불로 큰 피해가 발생한 고성·속초 등 동해안 지역에 대해 '재난사태'를 선포했다. 재난사태 선포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긴급한 조치가 필요할 경우 선포하는데, 재난사태가 선포된 것은 2005년 4월 강원도 양양 산불, 2007년 12월 허베이스피리트호 유류 유출 사고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사람에게 꼭 필요하지만 사고로 이어지면 걷잡을 수 없이 무서운 존재인 ‘불’은 한순간에 사람의 생명은 물론 개인과 국가의 재산은 물론 아름다운 자연을 우리에게 빼앗아간다.

2017년 6월, 영국에서도 런던에 있는 한 고층 아파트에서 대형 화재사고가 발생하였다. 1970년대에 지어진 아파트의 리모델링 과정에서 사용된 건축외장재로 인해 화재가 급속도로 번졌고, 스프링클러나 비상구도 없어 인명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진국으로 인식되던 영국에서 후진국형 대형 화재 참사가 발생한 것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영국은 과거 1666년 ‘런던 대 화재’가 발생하여 런던 시내의 80%가 화재로 소실되는 참사를 겪었는데, 이후 영국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화재보험을 설계하여 가입하도록 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1971년 12월 25일 오전에 서울 충무로에 있는 대연각 호텔에서 큰 화재가 발생하였다. 화재는 1층 커피숍 주방에 있는 LP 가스가 폭발하면서 발생했는데, 화재 발생 1시간 만에 건물 전체가 화염에 휩싸이면서 투숙객 163명이 사망하고 63명이 부상을 입는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당시 호텔과 소방서까지는 700m 거리였지만 당시의 사다리차는 32m 정도의 7층까지밖에 닿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인명피해를 가져왔다. 우리나라는 이 사건 이후로 대형건물에 스프링클러, 방화문, 방화설비 등의 소방설비에 대한 규제가 시작되었으며, 많은 인명피해에 대한 보상을 위해 ‘화재로 인한 재해보상과 보험가입에 대한 법률’이 제정되었다. 대연각 호텔 화재는 전 세계에 생중계되면서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으며, 실제로 미국 헐리우드 영화 ‘타워링(1974)’의 소재가 되기도 하였다.

이렇듯 한순간의 부주의로 애써 쌓은 재산과 노력이 연기와 함께 사라질 수 있다. 자산의 경제적 가치는 물론 정신적 고통이 수반된다. 누구의 잘못을 탓하기보다 대형 참사가 발생하면 정부는 온갖 중장기 대책을 다 모아 발표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실천되는 게 별로 없고, 사고 위험은 항상 존재하고 있다. 그나마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소방인력과 소방차를 동원하여 빠르게 진압하고 지원한 것에 아낌없이 박수를 보낸다. 우리의 경제도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경제의 주체는 사람이니 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