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보기 신화와 미술의 오디세이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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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치마 차림으로 쫓겨난 군주 부인, 그리셀다 (2)
  • 서규석 박사
  • 승인 2007.03.20 1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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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기 작품의 그리셀다.
결혼하기에 앞서서 월터 군주는 그리셀다에게 설령 자신의 말이 그녀에게 어긋나는 일이 있더라도 절대적으로 복종할 것을 요구하며 다음과 같은 조건을 제시하였다.

나는 이렇게 말하나니-
내가 원하는 대로 자유로이 그대를 웃기거나 괴롭히더라도
착한 마음으로 모든 것을 예비하라.
그리고 결코 불평해서는 안 된다.
낮이나 밤이나.
또한 내가 그렇다 하면 아니라 토를 달지 말라.
내가 하는 것에 참견하거나 눈살을 찌푸리지 말라
이 것을 여기서 맹세한다면 우리의 결혼은 성립되는 것이다.

이 같은 조건에 그리셀라는 “군주님이 모든 소원은 제 소원이기도 합니다. 제 목숨을 잃는 한이 있어도 제 마음대로 행동하지 않을 것이며, 군주님의 말을 순종하겠습니다. 죽음도 겁내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순종을 맹세하고 결혼을 하게되었다.
군주와 결혼한 그리셀라는 각각 한 명의 공주와 왕자를 출산하였다.
그러나 신분이 비천하다는 이유로 월터 군주는 공주와 왕자를 빼앗아 볼로냐에 있는 군주의 친척집에 보내졌다.
군주는 또 다시 그리셀다의 인내심을 시험하기 위하여 이 번에는 “몸만 겨우 가린 속옷 하나만 입은 채 왕궁에서 친정까지 맨발로 걸어서 돌아가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그녀는 그렇게 걸어서 집으로 갔다.
한편 월터군주는 아내가 친정에 가 있는 사이에 공주와 왕자를 데려와 군주 자신이 새 아내를 얻은 것처럼 꾸며놓고 그리셀다를 다시 궁으로 불러 새로 얻은 아내에 대하여 칭찬해줄 것을 요청하였다.
그리셀다는 군주에게 자신에게 대해준 것보다 새 신부에게 더 잘해줄 것을 요청하였다.
이에 월터 군주는 크게 감동하여 새 신부는 다름 아닌 공주였음을 밝히게 된다.
그리셀다는 기쁨으로 눈물을 강물처럼 쏟아내며 정신적 고통에서 해방되고, 나라는 큰 축제가 벌어지며 평화롭게 살게 된다.
초서는 이 이야기에서 그리셀다의 교훈을 이렇게 평가하였다.

이 이야기는 모든 아내들이 겸손한 그리셀다를 본 받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지요.
그렇게 하고 싶어도 인내하기가 힘들기 때문이지요.
모든 사람들에게는 나름대로의 역경이 있어도 그리셀다처럼 지조를 가져야 한다는 거예요.
한 여성이 용서받지 못할 남성 앞에서 인내한다면 우리는 신이 내려준 은총의 선한 마음을 본 받을 수 있지요.
그러나 요즘 어느 도시에서든 둘 혹은 세 명의 그리셀다를 발견하기란 극히 어려운 일이지요.
왜냐하면 그런 시험을 한다 하여도 청동이 섞인 황금처럼 겉은 번듯하지만
불순물이 들어가 곧 부러지기 쉬운 것처럼 이를 이룩하기가 어렵기 때문이지요.

여주인공 그리셀다는 고결한 영혼을 가진 인내심의 화신임에는 틀림없으나, 남편의 변심에 탄식하는 수동적 여인상으로 그려지고 있다.
이 같은 수동적 이지미는 고다이버에 비하면 정반대의 묘사라고 할까?



서규석 씨는 중앙대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에서 사회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한국자치경영개발원에 재직하면서 대학에서 문명사를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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