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창민의 티벳 톺아보기] 초원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
[주창민의 티벳 톺아보기] 초원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
  • 홍석원 기자
  • 승인 2019.04.22 1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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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빛그린 스튜디오 대표
사진작가
빛그린 스튜디오 대표

티벳고원의 여름은 짧지만 강렬합니다. 6월부터 따뜻해지기 시작해 8월쯤이면 추워지기 시작하니 생명들은 서둘러 대지를 녹색으로 만들어 놓습니다.

유목민들은 풀이 자라는 여름목초지로 이동하여 야크와 산양들을 살찌웁니다. 몇년 동안 알고 지내던 티벳친구의 집이 도시가 아닌 유목지에 있으니 여름에 놀러 오라고 하여 인류학을 공부하는 영국인 친구와 함께 방문을 하였습니다.

장거리버스를 타고 마취현에 도착을 하니 나의 오랜 티벳인 친구 짜시가 터미널에 나와 있습니다. 이 친구는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기에 아버지의 목장에서 일을 돕고 있습니다. 전날 목장의 바쁜 일을 마치고 털털거리는 작은 차를 몰고 목장에서 약 100km정도의 먼 거리를 한달음에 마중을 나왔습니다.

초원 위의 작은 길은 국도에서 벗어나 마차만 다닐듯한 덜컹거리는 흙길입니다. 지평선 아래로 내려 앉은 커다란 구름들 사이로 굽이굽이 흐르는 푸른 물길이 보입니다. 황허의 물줄기 입니다. 청해성에서 발원한 황허는 이곳 마취지역을 지나는데 이곳 마취의 뜻이 티벳어로 황허라고 합니다. 고원에서 바라본 황허는 하늘빛이 반사되어 푸른 물빛을 비치고 있습니다. 황허는 이곳을 지나 중국 중원지역의 황토고원지역을 지나면서 물빛은 노랗게 바뀝니다.

4시간여를 달려서 도착한 유목민의 여름목장은 전봇대 하나 없이 드넓은 초원 위에 드문드문 유목민의 검은 천막들만 보이고, 안녕을 기원하는 색색의 깃발이 달린 타르쵸들이 나부끼고 있습니다.

야크털로 만든 검은 천막에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셋째 형 부부와 막내 동생이 유목을 하고 있습니다. 첫째 형은 언덕 아래쪽 초원에서, 둘째 형은 마취현에서 가까운 초원에서, 주변의 초원에서는 일가 친척들이 자리를 잡고 유목을 한다고 합니다. 그 중에 삼촌 집은 산양과 야크와 말이 많아 주변 다른 이의 목초지까지 빌려 유목을 해 재산을 불렸다고 합니다.

초원위에 사는 이들의 재산은 함께 이동할 수 있는 야크와 산양들이며 몸에 지니고 있는 보석과 금장신구들입니다. 돈은 은행에 저축하지 않고 땅도 사지 않으며 일이 있을 때면 그때그때 소와 양을 팔거나 몸에 지닌 보석이나 금장신구를 팔아 충당하며 살아갑니다.

도시에서 만난 짜시는 고향에서 목축을 하지 않고 도시에서 대학교육을 받았기에 자신이 기르는 야크와 양은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짜시의 재산가치는 돈이 되었으며 선생님으로 취직을 바라며 도시에서 아파트를 사게 될 것입니다.

Copyright(c)2016 주창민 All rights reserved 깐난티베트자치주 마취지역에서 만난 유목민
Copyright(c)2016 주창민 All rights reserved 깐난티벳자치주 마취지역에서 만난 유목민

아버지와 형제들이 여름목초지에서 거주하는 천막의 내부는 남쪽으로 문이 나 있습니다. 난로를 중심으로 동쪽은 남자들의 공간입니다. 주로 식사를 하는 자리이자 손님을 접대하는 자리이고 잠을 청하는 자리이기도 한 다목적 공간입니다. 서쪽은 여자들의 공간으로 주로 부엌으로 사용하며 난로가 있기 전에는 돌덩이와 진흙으로 만든 아궁이 화탕(Huotang)이 있으며, 연료는 주로 말린 소똥을 사용합니다. 난로 앞쪽에는 실내에서도 경전통을 돌릴 수 있도록 설치가 되어 있습니다. 마취지역에서 주로 섬긴다는 활불(환생하는 라마)을 모시는 작은 불당이 있어 여기에 매일 수유등불을 키고 7잔의 정한수를 올린다고 합니다.

이들이 입는 티벳전통의상은 외투처럼 생겨 허리에는 빨간천으로 묶어 머리에 뒤집어 쓰기도 하고 팔 소매가 길어 뒤에서 보면 커다란 원숭이가 걸어 가는 것처럼 팔 부분이 땅에 닿을 듯 깁니다. 활동을 할 때는 오른쪽을 벗어내려 오른손을 사용하며, 위쪽부분을 벗어내려 허리춤에 묶어 활동을 하기도 합니다. 여름철 옷으로 겉은 천으로 되어있고 안은 양털로 되어 있어 보온효과와 바람막이에 효과가 있으며, 잠을 잘 때는 이불처럼 덮어서 잠을 청하기도 합니다. 겨울철에 입는 옷은 1년에 한번 12월쯤에 잡은 산양의 가죽을 이용하여 여자들이 바느질로 가공하여 옷을 만듭니다.

이들의 재산은 모두 자연에서 나옵니다. 자연의 순리를 따르면서 키우는 야크와 산양들이 증가하고 자연환경의 변화를 민감하게 느끼며 대비합니다. 이처럼 티벳인은 자연에 기대어 겸손하게 살아 갑니다.

Copyright(c)2016 주창민 All rights reserved 깐난티베트자치주 마취지역에 흐르는 황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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