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시론] 프랑스답게 화마의 상처를 씻고 일어서길
[충남시론] 프랑스답게 화마의 상처를 씻고 일어서길
  • 임명섭 주필
  • 승인 2019.04.24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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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들을 슬픔과 경악에 빠뜨린화재사건이 발생하기 이전까지만 해도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을 찾은 방문자 수는 하루 평균 3만 명에 가깝웠다. 연간 1400만 명에 이르는 엄청난 숫자다.

850년이 넘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노트르담 대성당이 위치한 시테 섬은 양쪽으로 센 강이 평화롭게 흐르는 파리 옛 도심 가운데 가장 중심지에 자리잡고 있다.
파리의 심장과도 같은 곳이다.

노트르담 대성당이 위치한 시테섬은 파리의 기원이자 프랑스의 배꼽으로 불린다. 서울에 비유하자면 한강 가운데 있는 여의도쯤 되지만 물론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폭이 좁은 센강 너머로 고색창연한 유적들이 아기자기하게 어우러진 모습이 시테섬 풍경이다. 

대성당은 고딕 건축의 백미라 평가되는 외경과 아름다운 스테인드 글라스, 보석 같은 예술작품 등으로 꾸며져 성당 중의 성당으로 손꼽히던 곳이다.
타오르는 불길이 첨탑을 집어 삼킬 때, 프랑스인들 모두는 울었고 필자도 느닷없는 몇 장의 외신사진 앞에 말을 잃었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그런 연유로 단순히 파리 시민들뿐 아니라 전 인류가 공동으로 지켜야 할 소중한 문화유산 가운데 하나로 간주된 대성당이다.
우리가 알던 노트르담 대성당은 19세기에 대대적인 복원 작업을 거친 건물이다. 이번 화재 직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불에 탄 대성당을 재건하기로 약속했다.

요즘 기술로 옛 모습을 재현하는 덴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화마로 탄 노트르담 대성당의 재건을 위한 모금도 앞타투고 있어 벌써 1조원을 넘어서고 있다. 흉하게 그을린 성당이 본래 모습을 되찾기까진 엄청난 돈과 시간을 들여야 할 듯하다.

주로 대기업이 돈을 냈고 모금은 전 세계로 번질 양산이다. 11년 전인 2008년 2월 한국의 서울 숭례문 화재가 떠오른다. 방화로 전소한 숭례문을 복원하는 데 우리 대기업들은 얼마나 힘을 보탰나.

프랑스인은 위기에 단결하고 강해지는 특성이 있다. 노트르담 대성당이 화마에 휩싸여 망가지자 프랑스인들은 기민하게 움직여 유물 손실을 최소화하고 복구에 자신감을 보였다.

무엇이 프랑스인들로 하여금 위기에 강하고 외적에게 저항하는 인자를 만들었을까? 노트르담 대성당은 가장 먼저 생긴 것도 아니고 한동안 세계에서 가장 컸다든가 높았다는 기록도 없다. 우리의 숭례문처럼 국보 제1호는 더욱 더 아니다.

최고 등급이 아닌데도 성모마리아를 뜻한다는 ‘노트르담’이라는 용어 때문에 낯설지 않다. 인류가 공유하는 기본 가치인 자유와 평등·박애의 정신과 근대적 천부 인권 사상을 대혁명으로 구체화한 나라가 바로 프랑스다. 아무튼 프랑스인 답게 슬기롭고 떳떳하게 화마의 상처를 딛고 일어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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