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창민의 티벳 톺아보기] 초원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 2
[주창민의 티벳 톺아보기] 초원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 2
  • 홍석원 기자
  • 승인 2019.04.29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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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그린스튜디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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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쑤성과 쓰촨성을 가로질러 흐르는 황허를 따라 넓게 펼쳐진 마취초원 위에 바둑알을 뿌려 놓은 듯 검은색 점들은 야크 무리입니다. 하얀색 점들은 티벳양떼들로 유유자적 풀을 뜯으며 살을 찌웁니다.

유목민들은 계절에 따라 옮겨 다니는 목초지가 정해져 있다고 합니다. 주로 촌락단위로 나눠지며 가족단위의 목축활동을 합니다.

Copyright(c)2016 주창민 All rights reserved 깐난티베트자치주 마취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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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일상은 야크와 티벳양떼들과 함께 시작합니다. 이른 아침 천막근처 울타리에 가둬 둔 양떼를 풀어 풀을 먹이고 어미야크와 새끼야크들은 밤새 따로 매여였다 이른 아침에 아낙들이 나와 야크 젖을 짜고 새끼들을 풀어 남은 젖을 먹입니다. 그런 다음에 목초지에 풀어 풀을 먹입니다. 그리고는 남자들은 초원에 풀어 놓은 양떼와 야크들을 지키며 불교경전을 외우거나 노래를 하거나 멀리서 온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하루를 보냅니다. 여자들은 아침에 짜낸 우유로 수유(버터)와 쑤완나이(요거트)를 만들고 천막가운데에 있는 진흙으로 만든 아궁이나 철제난로의 불을 꺼트리지 않고 가족들이 먹을 음식과 따뜻한 물을 끓여냅니다.

예전에는 목초지를 옮길 때 천막이 해체가 되면 이웃들이 서로 아궁이의 청결상태를 보고 그 집의 여자들을 평가하였다라고 합니다. 초원에 사는 티벳인들은 양과 야크를 가장 깨끗한 동물이라고 여깁니다. 초원의 풀만 먹고 자라기 때문이라고 말을 합니다. 그만큼 남극과 북극 이외의 극지인 고원의 생활에서 뗄래야 뗄 수 없는 생존에 필수적인 관계입니다.

티벳지역의 자연환경은 초원만 있지 않고 산촌이나 농경활동을 하는 지역도 있습니다. 그곳에서는 검은 돼지를 키우며 먹기도 합니다. 이들이 키우는 돼지들도 거주지 주변에 풀어놓고 키웁니다. 각자의 생활환경에서 단백질을 섭취하는 방법들이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가 또 자주 듣는 말 중에 "티벳인들은 물고기를 먹지 않는다"가 있습니다. 종교적인 이유를 든다면 물고기는 불교나 불교이전의 뵌교(지역토착신앙)에서 신으로 여기는 대상이라고 합니다. 물고기를 잡는 행위는 신을 해치기 때문에 나중에 병을 얻어 죽는다고 하여 잡지도 않고 먹지도 않다고 합니다. 고원의 호수는 성지로 여겨 호수로 들어가지도 않는다고 하지만 관광지로 개발된 지금은 관광객들에게 돈을 받고 입장을 시키고 있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티벳의 장례방법 중에 하나가 '수장'을 하는 것 입니다. 망자의 시신을 호수나 강물에 빠트리면 물고기들이 먹어 망자의 영혼이 물고기에 있다고 여겨 먹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꼭 안 먹는 것은 아닙니다. 특정지역의 티벳인들은 어업활동을 하기도 하여 먹기도 하며 시장에 내다 팔기도 합니다. 그러면 시장에 나온 물고기를 사람들이 다시 사서 호수나 강가에 방생을 하여 기도를 올립니다. 외래음식문화를 받아들인 티벳 내의 큰 도시에서는 물고기를 요리로 먹기도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민족의 전통과 신앙의 신념으로 살아갑니다. 초원 위의 티벳친구 짜시는 신앙의 신념으로 도시에서도 초원의 집에서도 채식을 합니다. 그러나 그의 가족들은 고원에서 거의 유일한 영양분 섭취방법으로 고기를 먹습니다.

우리가 짜시의 집이 있는 초원에 도착하였을 때 두 마리의 양을 도축하고 있었습니다. 밤사이 옆집의 목양견인 짱아오가 양떼 우리를 침범하여 양들에게 회복할 수 없는 깊은 상처를 입혀 어쩔 수 없이 양의 생명을 취하여 내장과 잡다한 고기들은 살짝 삶아서 보릿가루인 짬바에 찍어 먹고 고기는 서늘한 곳에 걸어두어 육포로 만들어 저장하여 먹습니다. 털이 달린 가죽은 잘 말려 겨울철 새옷을 만들 때 쓰일 것입니다.

넓은 초원에 작은 생명인 잡초들은 양과 야크들에게 생명을 주며 양과 야크들은 그곳에서 사는 티벳인들이 살 수 있게 모든 것을 또 내어주며, 티벳인들은 생명이 다하면 재가 되거나 독수리와 물고기로 통해 자연으로 돌아가는 반복되는 순환작용으로 자연의 일부가 되어 변함없는 고원의 모습을 지켜오고 있습니다.

Copyright(c)2016 주창민 All rights reserved 깐난티베트자치주 마취초원의 유목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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