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진호 경제칼럼] 세계적 커피 샵 블루보틀을 통해 본 ‘가치 경제학’ 이야기
[금진호 경제칼럼] 세계적 커피 샵 블루보틀을 통해 본 ‘가치 경제학’ 이야기
  • 홍석원 기자
  • 승인 2019.05.15 15: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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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금개발원 연구위원 대전과학기술대 겸임교수
한국연금개발원 연구위원
대전과학기술대 겸임교수

얼마 전 서울의 성수역 소재 한 커피샵은 문을 열기 전부터 기다리는 손님으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미국의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 '블루보틀'이 전 세계 중 69번째의 매장을 서울 성수동에 연 것이다. 커피계의 애플이라고 불리는 블루보틀은 해외 지점으로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개점이 되었다. 지난 3일 개점 당일엔 자정 막 지난 0시 30분부터 줄을 서는 진풍경을 보였으며 커피 한 잔 마시는데 길게는 5시간 줄을 선다. 블루보틀의 커피 맛을 보기 위해 기다린 손님들은 이처럼 긴 대기 시간도 즐거워했고, 이를 즐기듯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기도 하였다.

블루보틀은 2002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작은 창고형 매장에서 시작했다. 작은 커피샵이던 블루보틀이 세계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계기는 로스팅한 지 48시간 이내의 싱글 오리진 원두만을 사용해, 바리스타가 직접 커피를 내려 주는 것을 원칙으로 한 전략에 있었다. 요즘 트렌드인 맛집을 찾아다니듯 커피 한잔도 정성을 담은 맛에 소비자들은 매력을 느꼈고, 한잔의 커피 맛에 일상의 가치를 느꼈다.

2016년 7월 서울 강남에 미국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 '쉐이크쉑' 1호점이 개점했을 때 문 열기 전부터 1000여명이 몰려 한여름 무더위에 장사진을 이뤘다. 2년 전엔 '평창올림픽 롱패딩'을 사기 위해 '줄 서기 대란'이 일어났다. 지난 2015년 명동 H&M 매장 앞엔 발망과 협업한 한정판 제품을 사려는 사람들이 침낭을 챙겨 들고 밤샘 노숙을 했다. 사람들은 왜 이처럼 줄을 서며 물건을 기다리는 것일까?

해외 프랜차이즈 1호점 줄 서기의 원조 격은 1988년 서울 압구정동에 맥도날드 1호점이 문 열었을 때다. '새로 들어온 외국의 맛'을 맛보려는 젊은이들이 매장 앞에 길게 줄을 섰다. 2000년대 후반부턴 줄 서는 대상이 '음식'에서 '물건'으로 퍼졌다. 2008년 새로 출시된 '아이폰 3G'를 사기 위해 전날 자정부터 애플 스토어 앞에 노숙을 불사하는 '캠핑족'이 등장했는가 하면, 2013년 마이클 조던 농구화 '에어조던11'을 사려고 나이키 매장 앞에 새벽부터 쭈그리고 앉아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사람들은 어디에 무엇에 가치를 두고 있는 것일까? 가치는 자신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취향과 선택의 문제이다. 유명한 커피 브랜드를 개점하자마자 방문하는 것도 가치로 생각하는 경험이며 존재감이다. 매장 앞에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것도 작은 행복한 일상을 보내는 즐거운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소비의 경제에서 가치의 경제로 바뀌는 현상이다. 물질과 향락이 난무하는 이 시대에 나만의 행복과 즐거움이 있는 가치를 생각한다면 어떤 어려움이 밀려와도 스스로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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쩡이 2019-05-23 10:26:55
교수님 멋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