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창민의 티벳 톺아보기] 길위에 날씨 기원
[주창민의 티벳 톺아보기] 길위에 날씨 기원
  • 홍석원 기자
  • 승인 2019.05.27 1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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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빛그린스튜디오 대표
대전 빛그린스튜디오 대표

고원의 티벳은 가을이 없이 바로 혹한의 긴 겨울을 보냅니다. 유목민들은 겨우내 목초지에서 양과 야크에게 건초를 먹여 버터를 짜냅니다. 식량을 저장하고, 양가죽으로 새 옷을 만듭니다. 야크털로 꾄 실로 여름철 야영지에서 쓰는 천막을 보수하고, 틈틈이 사원의 행사에 참여하고 마니통(불경을 시계방향으로 말아 넣은 통)을 돌려 소원을 빌며 긴긴 겨울을 납니다.

(c)2018 주창민 All rights reserved  5월의 암도티벳
(c)2018 주창민 All rights reserved 5월의 암도티벳

티벳의 봄은 잔설이 녹을 만큼 한낮의 태양이 뜨겁게 비치지만 한밤에는 얼음장처럼 차갑게 식어버립니다. 초원은 녹고 얼기를 반복하는 변덕스러운 날씨를 이기고 어김없이 새싹들이 올라옵니다. 이때 동충하초도 축축하게 녹은 땅을 뚫고 나옵니다. 중국에서 동충하초는 한국에서 산삼을 찾는 것처럼 보양약초 중에 으뜸으로 여깁니다. 약효가 있는 동충하초의 조건은 까다롭습니다. 해발 3000이상의 지역에서 자라며 포자를 터트리기 전의 상태와 몸통에 달려있는 발의 모습까지 까다롭게 따져 가치를 매깁니다.

대도시에서 동충하초를 찾는 수요가 많기에 3~5월이 되면 해발3000이 넘는 산에 허가를 받고 올라 몇 달동안 야영을 하면서 풀잎보다 작은 흙갈색 싹이 올라오는걸 찾아야 합니다. 눈이 밝은 어린아이들과 여성들이 주로 채집을 합니다. 산 아래에서는 티벳말을 할 줄 아는 회족들이 티벳인들에게 먼저 사들여 건조를 시켜 잘 관리하여 시장에 가지고 나와 대도시에서 온 한족상인들에게 대량으로 높은 가격으로 거래를 합니다. 요즘은 한족교육을 받은 티벳인들도 많아져서 직접 거래를 하기도 합니다.

(c)2012 주창민 All rights reserved  여름 청해성 시닝에 있는 시장
(c)2012 주창민 All rights reserved 여름 청해성 시닝에 있는 시장

산에서 만난 젊은 티벳친구는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지에서 이곳으로 여행을 온 한족여행객들과 친분을 쌓아둡니다. 동충하초를 캐는 시기가 되면 연락을 취하여 미리 예약을 해 놓으면 보기 좋게 가공 후에 여름에 보따리를 싸매고 전국일주를 한다고 자랑을 합니다. 어렸을 적 때가 되면 충남 금산에서 보따리를 들고 우리집에 오시던 인삼장사 할머니가 생각이 났습니다.

그 해에 채집한 동충하초는 거의 모두 다 판다고 합니다. 팔지 못할만한 것들 것 여러 약재를 동충하초와 같이 넣어 술을 담굽니다. 또 우리의 삼계탕처럼 탕을 끓여 먹기도 하지만 가장 좋은 복용방식은 생으로 하나씩 먹는 것입니다.

이렇듯 자연은 티벳인들에게 아낌없이 내어줍니다. 날씨의 변화와 벌레들의 상태를 보면서 초원의 풀들이 마르지 않고 무럭무럭 자라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이들 또한 자연의 중요성을 알고 있습니다. 티벳불교의 고승들은 법회나 큰 행사 때면 교훈을 주거나 계몽을 통해 초원을 지키기 위한 실천에 앞장섭니다. 무분별하게 지하자원을 개발하여 초원을 파헤친다면 반대 목소리를 내 개발의 속도를 줄이거나 범위를 최소화하기도 합니다.

(c)2015 주창민 All rights reserved  여름 암도티벳 유채밭
(c)2015 주창민 All rights reserved 여름 암도티벳 유채밭

그러나 급격한 도시화로 목축을 하던 이들이 야크와 양을 내다 팔고 그 돈으로 슈퍼마켓을 하거나 택시를 사서 운전을 하는 등 여러 직업군으로 나뉘었습니다. 방목을 하던 초원에 유목민은 없고 그 빈자리는 천막숙소와 식당으로 변했습니다.

초원에서 춤추며 노래하던 유목민들이 이제 식당 한 켠의 작은 무대에서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뽑아내는 노랫가락이 구슬프게 가슴을 적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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