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내국 칼럼] 다름 인정않는 막나가는 꼰대정치 지겹다
[한내국 칼럼] 다름 인정않는 막나가는 꼰대정치 지겹다
  • 한내국 세종본부 국장
  • 승인 2019.06.03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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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의 막말이 도를 넘고 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꼰대정치를 보는 거 같아 지겨움마저 든다.

대전에서는 한국당 정책위 의장의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는 항의 농성이 시작된 모양이다. 본인은 본말이 잘못 전달됐다며 악의적인 말이 아니었다고 밝히고 있다. 더구나 품격있는 정치인이 나쁜 의도로 그런 식의 말을 했을 리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패스트랙을 시작으로 겹겹히 꼬인 정국이니 이런 시기에는 말을 해도 가려서 해야하는 것이 옳다. 더욱이 국회의원은 법을 만드는 직책이고 제1 야당의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국회의원의 말은 파급력이 적지 않을 것이다.

얼마 전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자를 비하하는 ‘달창’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고 같은 당 김현아 의원은 문 대통령을 ‘한센병 환자’에 빗대 파문을 일으켰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이에 앞서 패스트트랙 대결 정국에서 한국당 세력을 겨냥해 “도둑놈들”이라고 했고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최근 광주행(行) 재방문 의사를 밝힌 한국당 황교안 대표에 대해 “사이코패스 수준”이라고 했다.

여야, 진보·보수, 다수·소수당을 가리지 않고 튀어나오는 이들 언어가 안 그래도 심각한 시민들의 정치혐오와 탈(脫)정치화를 부추기는 것은 아닐지 심히 우려된다.
경쟁하는 정파에 맞선 일부 자기 지지층의 여론에만 귀를 열고 그들의 결집을 노리는 효능감에 취하면 막말이 막말로 보일 리 없다.

더러 막말 촌평은 투쟁과 결기의 촌철살인으로 간주되고 지지층을 동원하는 마술피리로까지 여겨지곤 하겠지만 그러나 그것은 잠깐의 착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정치인들은 깨달아야 한다. 유권자들은 품격의 언동을 보이는 정치인, 그리고 정책으로 말하는 정당을 선호하며 어느 순간 옥석을 분명히 가려낸다.

하지만 걱정스러운 것은 내년 4월 총선이 다가올수록 큰 구도의 정당 간 대치와 경합은 심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개혁할 힘을 달라는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를 심판해 달라는 한국당 간 건곤일척의 승부가 예상되는 총선이므로 지지층을 동원하는 감정의 언어가 난무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것이다.

피해자가 국민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치인들은 우선 입조심부터 해주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 발언)를 삼가야 하며, 그런 행위를 하는 당원들에게 무관용을 보여야 한다.

가장 중요한 해결사는 주권자인 국민이다. 상대방의 일면을 부풀리고 단순화하여 왜곡되게 공격하고 증오를 선동하며 혐오를 부채질하는 이들을 ‘단죄’해야 할 최종 주체는 유권자일 수밖에 없다.

총선이 목전으로 다가서고 있다. 누가 또는 어느 정당이 언제, 어떤 환경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를 반드시 기억하고 투표로 응답해 줘야 한다.
정치인들은 국민들이 선택했으니 국회운영도 그들의 자유고 이제와서 적당히 민생을 들여다 본다하여 법적 책임을 질 것도 없으니 그들이야말로 천상 자유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렇게 막 가자는 식은 안 된다. 서로의 ‘다름’과 ‘존재’ 자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 기반 위에서 차별이 아니라 차이를 말하고 비판하며 타협하고 절충하는 정치를 해야 국민에게 희망을 보낼 수 있다. 국민도 참을 수 있는 한계가 있음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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