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뜨랑제의 SNS 미술관] 바르톨로메 에스테반 무리요 '산 안토니오의 환상'
[에뜨랑제의 SNS 미술관] 바르톨로메 에스테반 무리요 '산 안토니오의 환상'
  • 김기옥 사유담 이사
  • 승인 2019.06.04 13: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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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옥 사유담 이사] 그림이 그렇다.
가만히 보아야 좋고, 오래 보아야 좋고, 다시 보아야 좋다.
최첨단 멀티미디어에 둘러쌓여 기계를 뒤집어쓰면 실제같은 가상현실에도 들어설 수 있고 TV는 사람눈보다 정교해진 지 오래다.

그 많은 적들을 사방에 배치하고 그림을 보려면 일정의 레드썬(자기최면)이 필요하다.
나는 일체의 멀티미디어와 TV와 단절된 삶을 살던 '나혼자 알아서 좋아 족'이었다.
그래서 그랬는가 몰라도 그림이 좋아 여행을 다녔다. 그림 한 점 보러 노르웨이에 갔던 사건은 유명하다. 갔더니 스웨덴에 있다고 해서 덕분에 스웨덴도 갔었던 희대의 그림은 뭉크의 '절규'였다. 더 중요한 건 끝내 못봤다. 살다 또 가면 된다. 괜찮다.

오늘의 그림은 무리오의 그림이다. '산 안토니오의 환상'이라는 거대한 작품이다. 세비아 대성당 안에있는 작품으로 왕이 사랑한 화가였다. 왕은 급기야 무리오에 그림의 해외반출을 막았다.
그만큼 무리오의 작품은 따뜻하고 편안하고 귀하다. 역동치는 바로크 그림의 대표주자로서 역동보다는 오묘한 햇살이 아릉아릉 느껴지는 그림을 그렸다. 바로크의 대표주자인 루벤스 그림은 뭔가 불편할만끔 꿈틀거린다면 무리오의 그림은 참 평화가 다가온다.

세비아대성당 철장 안에 보관된 그림은 유명세 만큼 뛰어나다. 사막에서 평생을 은둔하며 면벽수도를 했다는 안토니오 수사는 기도 중에 천사를 만났고 그 장면을 무리오가 그렸다.
잘 보면 안토니오 주변으로 뭔가 네모난 결계가 쳐있다. 확대해서 보기바란다.
어느 날 무리오의 유명세를 듣고 도둑이 찾아왔다. 그림을 떼어서 들고 갈 생각이었는데 그림이 너무 커서 떼다간 깔려죽을 판이었다. 도둑놈은 그림을 보다가 주인공인 아저씨인 것 같아서 칼로 아저씨만 도려냈다.
그림은 어떤 경로로 미국에 들어섰고 다시 스페인으로 돌아온 것은 한참 뒤의 일이었다.
그렇게 돌아와 제자리에 붙여졌지만 흔적까지 지울 수는 없었다.
아 또라이 도둑놈이었다.

스페인의 라파엘로라고 할 만큼 사랑스러운 아가와 성모마리아를 많이 그렸고 사람들은 그런 무리오의 그림 앞에서 아가의 세례식을 했다.
또한 최근에는 잃어버렸다 찾는 일도 생겨, '찾아주는 성인'이 되어 실연당한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기도하는 명당이 되었다.
치마를 입고 와서 기도하는 곳이라 하여 나도 치마에 구두를 신고 갔다가 죽다살았다.
세비아 박석 위를 송곳구두를 신고 걷는 것은 무리오.

#사유담 #내마음에 미술관 #내맘대로큐레이팅 #저머리가카푸치노#카푸친수도회 #무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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