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진호 경제칼럼] 저성장 시대의 ‘소비 경제학’ 이야기
[금진호 경제칼럼] 저성장 시대의 ‘소비 경제학’ 이야기
  • 충남일보
  • 승인 2019.06.12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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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금개발원 연구위원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겸임교수

저성장 시대가 길어지면서 새로운 소비 트렌드가 자리 잡고 있다. 물가는 치솟는데 소득은 정체된 답답한 상황 때문이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매일 같이 쏟아지고 이런 시대에 사는 소비자들의 소비패턴 역시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 소비자들은 총지출은 줄이고 있는 대신 정해진 한도 안에서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라이프스타일을 찾는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소한 행복을 찾아가는 소비 패턴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먼저 저성장 시대에 가장 두드러지는 소비심리는 ‘지출을 줄이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회의 변화를 반영하는 척도로 ‘짠테크’라는 용어가 생겨났는데, 짠돌이와 재테크를 합친 말이다. 커피와 담배 같은 기호식품 소비를 줄이고, 각종 쿠폰과 할인서비스를 알뜰하게 챙겨 돈을 모은다. 지출을 줄이는 이들 중에는 ‘미니멀리스트’도 있다. 이들은 물건을 적게 소유하면 삶이 더욱 풍요롭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들은 사용빈도가 적은 물건은 구매하지 않고 대여하거나 공유한다. 최근에는 ‘가성비’ 열풍이 불고 있다. A급 대신 가격 대비 최상의 질을 갖춘 합리적인 가격대의 상품을 의미한다. 최고보다는 최선을 선택하는 것이다. 짠테크족, 미니멀리스트, 가성비까지 이들의 소비행태는 현재의 불편함을 감수하고라도 안정된 미래를 추구하고자 하는 저성장 기조의 단면을 보여준다.

둘째로 불황형 소비 트렌드로 ‘작은 사치’가 떠오르고 있다. 부동산, 차와 같은 큰 비용이 드는 소비 대신 일상적인 소비재를 구매한다. 명품 같은 사치재 구매보단 소소하게 먹고 집을 꾸미는 일상적인 소비를 즐기는 것이다. 저렴한 돈으로 예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디저트 카페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작은 악세사리들이 인기를 끄는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최근 네이버 검색어 1위에 오른 미국의 커피 브랜드 ‘블루보틀’이나 햄버거 ‘인앤아웃’이 한국에 상륙하면서 작은 사치를 즐기고자 모이고 있는 것도 이와 같다.

그리고 저성장 기조에 따라 가계소득이 감소하는 상황 속에서도 현재의 쾌락을 추구하는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최근 이슈가 된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족은 어려운 경제 상황과 그로 인한 불안감에 ‘인생은 한번’임을 강조하며 아낌없이 소비한다. 이들은 현재의 행복을 위해 과감하게 지갑을 연다. 현재를 위해 아낌없이 소비한다. 상품이 다소 비싸더라도 자신이 가치를 두고 있는 것이라면 과감하게 소비한다. 이처럼 나타나는 소비 형태는 어려운 경제 상황으로 인한 불안감에서 비롯된다. 암울한 현실에 갇혀 미래에 대한 기대를 접은 절망의 외침이, 지금 조금이라도 행복을 느껴보려는 사랑의 소비가치가 담겨있다.

장기간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소비자들이 여간해서는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이런 현상으로 디플레이션을 걱정하는 뉴스도 나오고 있다. 현명한 소비를 통해 저성장 시대에 미래가치를 높일 수 있는 경제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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