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창민의 티벳 톺아보기] 신선들이 사는 마을 쟈가나
[주창민의 티벳 톺아보기] 신선들이 사는 마을 쟈가나
  • 주창민 대전 빛그린스튜디오 대표
  • 승인 2019.06.24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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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yrightⓒ 2014 주창민 All rights reserved  쟈가나 扎尕那 로 가는 길
Copyrightⓒ 2014 주창민 All rights reserved 쟈가나 扎尕那 로 가는 길

어느 해 가을 깐난티벳지역을 탐방하려고 지역을 알아보는데 깐수성 란저우에서 멀리 떨어진 깐수성 깐난티벳자치주의 디에부현을 방문하기로 하였습니다. 디에부지역은 암도티벳고원의 끝자락으로 모택동이 이끌던 홍군이 대장정 때 지나간 곳입니다. 그래서 그를 기념하는 조형물과 기념관이 있지만 거기에서 조금만 벋어나면 세상과 단절된듯한 산속의 마을들이 골짜기마다 숨어 있습니다.

깐수성과 쓰촨성의 경계지역은 첩첩산중으로 백룡강줄기를 따라 굽이굽이 길이 나있습니다.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신선들이 내려와 사는듯한 무릉도원과 같은 마을이 있다고 그 지역사람들이 알려줍니다. 택시기사의 안내를 따라 롱다가 걸려진 강가의 길을 따라 마주 보이는 거대한 돌산을 향해 들어갑니다. 굽이굽이 뾰족한 산길을 타고 한참을 올라가다 마주한 탁 트인 풍경은 긴 터널의 끝에서 마주한 다른 세계에 온 듯한 감동을 줍니다.

Copyrightⓒ 2014 주창민 All rights reserved  쟈가나 扎尕那
Copyrightⓒ 2014 주창민 All rights reserved 쟈가나 扎尕那

쟈가나 扎尕那 티벳어로 돌상자의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돌산들로 둘러싸여 14세기 혼돈의 시기에 원나라의 몽고군들이 숨어들어와 살기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비밀의 땅처럼 전쟁도 폭력적인 혁명도 피해간 듯이 평화롭고 조용한 산골마을입니다. 뾰쪽이 솟은 돌산들이 거대한 병풍처럼 산아래 마을을 둘러싸고 산비탈에 경작지가 다닥다닥 붙어 있으며. 정중앙에는 작은티벳사원이 있어 사원을 중심으로 4개의 촌락이 형성이 되어 있습니다. 관광객의 방문이 증가함으로 마을의 풍모도 점차 바꿔가는데 아랫마을은 주로 관광객을 대상으로 숙박 요식업을 적극적으로 하며 중간마을은 주로 경작을 하면서 민박을 하며 관광객을 받습니다. 산과 가까운 맨 윗마을은 약간의 경작과 가축을 키우지만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척박한 곳이라 비교적 가난한 마을입니다. 아니 돈은 부족하지만 이웃들과 함께 마을을 일구면서 부족한 것을 채우는 여유가 있는 마을 같았습니다.

Copyrightⓒ 2014 주창민 All rights reserved  쟈가나 扎尕那에서 초대받은 택시기사의 집
Copyrightⓒ 2014 주창민 All rights reserved 쟈가나 扎尕那에서 초대받은 택시기사의 집
Copyrightⓒ 2014 주창민 All rights reserved  쟈가나 扎尕那 바구니를 지고 집으로 가는 아낙네
Copyrightⓒ 2014 주창민 All rights reserved 쟈가나 扎尕那 바구니를 지고 집으로 가는 아낙네

가을철이 시작이 되어서 유채, 고산보리(칭커)를 한창 수확을 하고 있습니다. 집집마다 긴 장대를 사다리처럼 만들어 거기에 수확한 작물들을 걸어 말립니다. 어떤 집은 탈곡을 하는지 평평한 지붕 위에서 준비를 하면서 우리를 내려다봅니다. 호기심 가득한 우리들의 마음을 알았는지 올라와서 구경을 하라고 합니다. 산골지역의 티벳인들의 집은 초원에서 사는 티벳인들의 집과 비슷하게 평평한 흙 지붕으로 되어 있어서 지붕 위에서 일가 친척들이 모여 탈곡을 합니다. 평평한 지붕의 한쪽부분은 “ㅅ” 모양으로 처마가 있어서 곡식과 나무기둥 등을 보관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Copyrightⓒ 2014 주창민 All rights reserved  쟈가나 扎尕那 평평한 지붕에서 탈곡을 하는 집
Copyrightⓒ 2014 주창민 All rights reserved 쟈가나 扎尕那 평평한 지붕에서 탈곡을 하는 집

우리를 대리고 온 택시기사의 집이 여기에 있다고 하여 점심은 기사의 집에서 먹기로 하고 그의 집으로 들어갑니다. 역시 흙과 나무와 돌로 이뤄진 집입니다. 주방으로 통한 문은 흙벽을 파낸 것처럼 문도 안 달려 있으며 창문은 옆이 아닌 천장에 나있어서 아궁이에 요리를 할 때 연기를 내보내고 햇볕과 달빛이 들어와 실내를 밝히며 그림자의 방향을 보고 시간을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여기에도 우리의 온돌처럼 아궁이 앞에 좌식 할 수 있는 낮은 온돌바닥을 만들어 아궁이에서 불을 땐 열기를 온돌바닥으로 지나가게 하여 따뜻하게 합니다. 중국 동북지역의 온돌는 비교적 높고 단독으로 불을 지펴 온돌바닥을 따뜻하게 합니다. 그러나 티벳지역에서는 한국에서처럼 부엌의 아궁이와 연결이 되어있으며 온돌자리도 비교적 낮고 요리를 하는 불로 온돌바닥을 뜨겁게 합니다. 그러나 부엌과 온돌이 있는 자리를 벽을 세워 구별하지는 않습니다. 요리를 하면서 나오는 열기로 방안의 공기도 따뜻하게 덥힙니다. 이런 온돌문화가 북방아시아 전역에 걸쳐 넓게 분포되어 있으며 지역과 생활의 습관에 따라 차이가 있으며 유사성도 있다는 것에 흥미로웠습니다.

Copyrightⓒ 2014 주창민 All rights reserved  쟈가나 扎尕那 사원의 둘레길에서 만난 할머니
Copyrightⓒ 2014 주창민 All rights reserved 쟈가나 扎尕那 사원의 둘레길에서 만난 할머니

택시기사의 집에서 낯설지만 정성껏 차려준 소박한 점심을 풍성히 먹어주니 기사도 신이 났던지 마을의 곳곳으로 자기가 어릴 때 뛰어 놀던 곳을 안내하며 함께 다니니 우리는 여행객이 아닌 동네사람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거기서 우연히 만난 할머니는 한글이 적힌 옷을 입고 하얀 조약돌을 마니통 아래에 올리며 사원의 둘레 길을 돌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온 이방인은 할머니에게 눈인사를 나누는 작은 인연을 만들었습니다.

주창민 대전 빛그린스튜디오 대표
주창민 대전 빛그린스튜디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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