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창민의 티벳 톺아보기] 세계에서 가장 긴 서사시, 티벳의 영웅 거사얼 왕
[주창민의 티벳 톺아보기] 세계에서 가장 긴 서사시, 티벳의 영웅 거사얼 왕
  • 주창민 대전 빛그린스튜디오 대표
  • 승인 2019.07.01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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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yrightⓒ 2016 주창민 All rights reserved 거사르왕을 기리는 경주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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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민간무속신앙을 보면 역사적으로 용맹하게 외세침략을 무찌르고 백성들에게 덕망을 얻었지만 억울하게 죽음을 맞이한 장수들을 기리는 장군신당이 있습니다. 촤영장군, 남이장군, 이순신장군 등의 초상을 걸어두어 신격화하여서 나쁜 액운을 물리치게 장군신에게 빕니다.

중국에는 대표적으로 관우장군을 재물신으로 삼아 신년에 관우장군이 그려진 초상을 문에 붙여 액운을 막고 신장개업을 하거나 집안에 관우상을 놓아 향을 피우고 기도를 하여 재물이 풍성해지기를 바랍니다. 중국사람들은 죽어서도 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돈모양의 종이다발을 사서 불에 태워 망자의 노자돈으로 올려 보내니 관우를 재물신으로 모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릅니다.

Copyrightⓒ 2015 주창민 All rights reserved 거사르왕 돌조각위에 채색
Copyrightⓒ 2015 주창민 All rights reserved 거사르왕 돌조각위에 채색

티벳에서도 이와 유사한 인물이 거사얼왕 입니다. 기원전2~3세기에서 6세기 사이에 출현한 전설속의 인물로서 민간서사시의 중심인물입니다. 거의 천년에 걸쳐 민간예술인들이 구전으로 전하면서 거사얼왕 서사시의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풍부한 내용이 덧붙어지고 극적인 표현을 담는 언어로 다듬어지면서 12세기 초에 와서 거사얼왕 서사시는 성숙되고 완성적으로 발전하여 티벳의 전 지역으로 널리 전해졌으며 인도북부, 몽고, 신장위구르지역과 중앙아시아까지 거사얼 서사시를 구전하게 되었습니다.

거사얼 서사시의 내용을 간략히 본다면 자연재해와 여러 재난이 티벳지역을 휩쓸고 귀신들과 마귀들이 행패를 부려 사람들에게 커다란 피해를 입히니 자비로운 관세음보살이 도탄에 빠진 티벳 백성들을 구원하기 위하여 아미타불에게 천신의 아들을 인간에게 보내줄 것을 빌어 천신의 아들이 티벳지역에 내려와 거사얼왕이 되어 귀신과 마귀를 대항하여 용감히 싸워 항복시키고 백성을 평안히 보호하고 전쟁에서 승리를 하여 지역을 지키었다라는 내용으로 세계에서 가장 긴 서사시입니다.

Copyrightⓒ 2014 주창민 All rights reserved 거사르왕 동상
Copyrightⓒ 2014 주창민 All rights reserved 거사르왕 동상

거사르 서사시는 한국의 판소리처럼 말을 하며 노래하듯이 합니다. 2015년에 거사얼 서사시를 전문으로 노래하는 예술가가 거사얼 서사시의 6편을 완창을 한 적이 있는데 약 180만 글자였다고 합니다. 수 백만 글자를 모두 빠짐없이 노래한다는 것이 인간의 한계를 넘는 영역인 것 같습니다. 예전에 라싸에서 온 거사얼 서사시를 노래하는 전문예술가 쓰타도지斯塔多吉를 만나 인터뷰를 하였을 때 그는 어느 날 꿈에 영화장면처럼 거사얼이 나오는 꿈을 꾸고 나서 이전에 알지도 못하였던 거싸얼 서사시의 내용이 머리속에 들어와 잊어버리지도 않고 운명처럼 자신의 사명으로 받아들여 노래를 한다고 합니다. 그때가 그의 나이 22살쯤 이였습니다.

이렇듯이 거사얼왕도 티벳지역에서 숭상이 되어져 사원에서도 축복을 기리는 기다란 하얀색 천 하다를 걸어두고 화살을 꽂아두어 복을 비는 대상이 되었습니다.

거싸얼의 특징은 티벳의 산신과 유사하여 전쟁에서 용맹하고 적토마를 타며 바람처럼 산을 뛰어넘어 활을 잘 다루어 지혜롭게 귀신과 마귀를 쫓아내는 보호신의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암도티벳지역에서 마을 곳곳의 산정상에 긴 장대를 화살처럼 꽂아둔 것이 거사얼왕으로 대표되는 산신이 우리마을을 보호하면서 화살이 떨어지면 산꼭대기에 마을 사람들이 준비 해놓은 화살모양의 장대를 사용하여 마을을 지켜달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Copyrightⓒ 2015 주창민 All rights reserved 거사르왕 서사시 예술가 쓰타도지斯塔多吉(가운데)
Copyrightⓒ 2015 주창민 All rights reserved 거사르왕 서사시 예술가 쓰타도지斯塔多吉(가운데)

거사얼왕이 어렸을 때 어머니와 황허유역에 와서 활과 말을 잘 다루어 경주대회에서 이겨 지역의 왕위를 얻었는데 이 지역이 지금의 깐쑤성 깐난티벳자치주의 마취지역입니다. 그래서 매년 티벳 전통 말 경주대회를 열어 티벳전역에서 사람들이 와서 서로가 경주에서 겨루며 거사얼이 되기 위해 열심히 말을 타고 달립니다. 서양의 경주대회는 단거리 위주의 경주여서 경주마의 체형은 크지만 티벳의 말은 작은 편으로 지구력이 있어서 장거리 위주의 경주에 관중들은 열렬한 환호를 보냅니다.

음력 정월 14일에는 깐난티벳주의 루취에 시창스西仓寺 사원에서 량바오지에 亮宝节가 열리는데 사원의 귀중한 보물들을 꺼내 사원을 한바퀴를 돌며 축복을 하는 의식을 치릅니다 마을 주민의 대표자들이 전쟁의 신으로 거싸얼로 분장하여 사원의 보물을 호위하며 사원을 도는 의식을 함께 치르며 마을의 안녕을 기원합니다. 거사얼 서사시는 티벳민족의 대표적인 영웅인물로 자신들이 바라고 염원하는 사상들을 담아 천년 동안 사람과 사람, 세대와 세대를 이어 구전으로 고대 티벳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정치, 경제, 군사, 신앙, 풍속 등등의 고대의 티벳민족의 풍모를 재현한 세계에서 가장 긴 서사시입니다.

주창민 대전 빛그린스튜디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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