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뜨랑제의 SNS 미술관] 세비아의 물장수- 벨라스케스
[에뜨랑제의 SNS 미술관] 세비아의 물장수- 벨라스케스
  • 김기옥 사유담 이사
  • 승인 2019.07.02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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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옥 사유담 이사] 벨라스케스의 젊은시절 제 고향에서 그려낸 보데곤 양식이라 부르는 정물화풍 그림이다.
그림은 보는 사람에 따라 포커스가 다르다. 제 상태에 따라서 보인다고 하는데 나는 저 투명하고 지문 하나없이 맑게 닦여진 컵을 봤다. 내가 그릇 모으는 취미가 있다. 밥도 한끼 1찬으로 차리는 종족보존 정도만 요리하는 사람이 그릇은 200인분 쯤은 가지고 있다. 이유는 모르겠고 나는 그렇게 해외에서 그릇을 사모았다. 그래서 그러나 나는 유리잔이 한 눈에 들어왔다.

제목으로 보면 세비아에서 물을 파는 남자를 그린 것인데 사연은 뒷전이고 컵만 줄기차게 봤다. 런던 웰링턴 미술관에 들어서서 컵만 보고 나온 여자는 나뿐이지 않을까 싶다. 나는 쨍하게 투명한 그릇 속에 검은 어떤 둥근 물체를 보았다. 나중에 물어보니 무화과란다. 이탈리아 식당에 가면 레몬과 허브 한 조각을 넣어 향을 살리듯이 상쾌한 써비스였다.
물 팔아 얼마나 벌겠냐 만은 적어도 저 물장수는 고객이 많을 것이다. 작은 것만 봐도 그 식당의 모든 것을 미리 알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식당에 가면 김치를 먹어본다. 산 건지 만든 건지 갓 만든건지 저장해둔 건지 단박에 알 수 있다. 그럼 김치평가에서 오는 점수대는 음식 맛과 별반 다르지않다.

이 물장수는 나에게 합격점이다. 유리컵 특히 와인잔을 세척해봤는가? 이게 쉽지 않다. 도대체 왜 뿌연하게 마르는지 알 수가 없다. 원래부터 뿌연 유리일 수도 있고 세척시 기름기가 덜 닦여서일 수도 있다. 식기세척기에 넣기도 힘든 게 거꾸로 세워서 밀어넣기가 어려운 애매한 학다리 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어려운 지문도 없이 맑음을 유지하고 있으니 물맛의 신선도와 청량감은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시선을 돌려 물장수를 살펴보니 대마로 짠 옷은 어깨가 찢겨있다. 어깨에 물통을 짊어지고 다녔으니 약한 대마가 물에 젖어 찢어지기는 쉬운 일이다. 갈색은 청빈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염색도 못하는 가난의 상징이기도 하다. 마디가 굵은 두툼한 손과 구릿빛으로 그을린 피부는 녹녹치 않았을 과거를 유리보다 더 투명하게 보여준다. 물을 받아든 금수저 소년과 비교해 더욱 적나라하게 비교된다.

그는 어렵고 힘든 삶을 살아 온 물장수인가? 라는 단정을 할 때 쯤 다가오는 물장수의 얼굴은 반전이다. 어쩌면 성자의 기품이 느껴지는 그 특유의 고귀함은  프로세계의 얻고싶은 얼굴이었다.
나는 그 얼굴에 한참 눈을 두었다. 그는 만족을 넘에 직업에 확신이 있어보였다.

나는 매일 재능 과소비중이라며 힘들고 활동많은 내 직업을 한탄하며 소명이니 할 수 없다며 지자랑만 하는데 그의 얼굴은 꽃처럼 빛나고 있었다. 강사급으로는 사실 갑이면서 맨날 일용직이니 내일이 없니, 하루살이니 등등 푸념은 천개의 피드안에 단골메뉴이다.

갑자기 부끄러웠다. 만족은 왕후장상의 것만은 아니었다. 그것은 모든 이가 가질 수 있는 감정이었다. 만족은 삶을 풍요롭게 한다. 그러나 정작 나는 만족을 모르고 매일 목마르다. 나는 어떤 목표를 두고 전력질주하는 걸 좋아한다. 어느 부분은 월등하게 찾아 나가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이룬 후에는 시큰둥이다.
에이 별 것도 아니구만. 그래서 나는 내가 매일 우습고 불만이 많다. 어허허허 진짜 그렇네. 그림이 나를 타이른다.

#스페인여행 #맨날목말라 #벨라스케스 #화가들의화가 #사유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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