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뜨랑제의 SNS 미술관] 불카누스의 대장간
[에뜨랑제의 SNS 미술관] 불카누스의 대장간
  • 김기옥 사유담 이사
  • 승인 2019.07.23 12: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기옥 사유담 이사] 불카누스는 로마식, 헤파이토스는 그리스식 입니다. 요즘은 그리스식이 오리지널 느낌이 난다고 인기있으니 헤파이토스로 기억해두는 게 좋습니다.

스페인은 이탈리아보다 더 강한 카톨릭 국가였습니다. 로마에는 르네상스의 영향으로 그림 표현이 자유로운 편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스페인에서 12신을 그린다는 건 종교재판에 오를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벨라스케스니까 가능했을 겁니다. 이탈리아에 두 차례나 갔으니 분명 보티첼리의 그림을 보았을 겁니다. 아프로디테의 눈부신 자태가 살아있는 프리마베라를 보았겠지요?

그렇게 붓을 들고 이탈리아에서 작품을 시작합니다. 아프로디테의 벗은 몸을 그리기에는 두려웠을 테고 반대로 아프로디테의 치명적 단점을 까기로 합니다. 똘똘한 벨라스케스입니다. 신화를 그린 것을 들켰어도 정조를 우습게 여기는 아프로디테를 겨냥했으니 면죄부가 주어질 거란 계산이 있었을 겁니다.

그림 속은 헤파이토스의 대장간입니다. 누가 헤파이토스 일까요? 신이니까 빛나는 사람일까요?
아닙니다. 빛나는 인물은 아폴론입니다. 손가락을 세우고 있으면 '집중! 할 말이 있어'라는 뜻입니다. 모든 그림에서 동일한 표현입니다. 알아두면 좋습니다.

주인공은 정면을 보고 있는 겁나게 못생긴 왜소한 남자입니다. 못생겨서 어머니 헤라가 발로 차고 아버지가 땅으로 던져서 곱추가 되었다지요? 노예들의 빛나는 몸에 밀려 더 못나보이는 헤파이토스는 놀라고 있습니다.

아폴론은 헤파이토스 부인인 아프로디테가 아레스와 바람피우고 있는 걸 말해줍니다. 굳이 뭐하러 월계수관까지 쓰고 와서 일러주는지는 모르겠지만, 피해의식 강한 헤파이토스는 자신의 형과 바람피우는 부인이 미워서 현장을 잡습니다.

신의 손은 보이지 않는 청동그물을 만들어 침대에서 그것도 헤파이토스의 침대에서 뒹구는 그것들을 묶어서 신들의 올림푸스로 나체로 끌고올라가 걸어놓습니다. 그러자 남자 신들은 비난보다는 심하게 부러워했다고 하고 아프로디테는 이미 다 알았으니 대놓고 바람을 피웠다고 합니다.

표정의 대가 벨라스케스의 그림에서 압권은 눈이 튀어나올 것 같은 헤파이토스가 아닙니다. 불륜을 고자질하는 근엄한 아폴론도 아닙니다. 노예들입니다. '그걸 누가 모르냐'라는 표정으로 듣는 둥 마는 둥 하지요? 재미있습니다. 맨 오른쪽에서 두번째 사람만 좀 놀라고 있지요? 신입사원인 겁니다. 사모님의 사생활을 아직 듣지 못한 새내기였던 겁니다.

신화를 소재로 그린 그림 중에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프라도에 있습니다. 3미터가 넘는 그림이라 강렬하게 다가오는 작품입니다.

#프라도 #블카누스의대장간#벨라스케스 #역변 #사유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