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창민의 티벳 톺아보기] 초원, 그들의 자리
[주창민의 티벳 톺아보기] 초원, 그들의 자리
  • 주창민 대전 빛그린스튜디오 대표
  • 승인 2019.07.29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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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 주창민 All rights reserved  루얼까이 초원의 유목민
ⓒ 2017 주창민 All rights reserved 루얼까이 초원의 유목민

고원의 초지에는 나무가 성장하기 좋지 않은 환경인가 봅니다. 같은 고원지역이지만 강물이 지나는 평지나 계곡에는 바르게 자라는 소나무과의 나무들과 백향목 그리고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고원의 초지에도 굽이굽이 개울물길이 지나지만 나무가 자랄 만큼의 단단한 토지는 아니며 습지처럼 땅이 무르며 잘 부서집니다.

초원의 하늘과 땅이 맞닿는 지평선은 유화 붓으로 그린 선처럼 로드코의 색면추상화를 보는 듯한 풍경입니다. 이런 풍경에 점점이 흑백의 바둑알처럼 자리 한 것들은 하얀색의 티벳양과 검은색의 야크 무리들입니다.

ⓒ 2017 주창민 All rights reserved  도시에서 공무원을 하는 유목민의 딸
ⓒ 2017 주창민 All rights reserved 도시에서 공무원을 하는 유목민의 딸

그 근처에는 어김없이 유목민의 쉼터인 천막이 있습니다. 나무 한 그루 없는 초지의 바람과 추위를 막아주고 야밤의 야수인 늑대들의 공격을 막아주는 피난처와 같은 곳입니다. 그들의 인생을 담는 검은 주머니 같은 곳입니다. 야크털로 실을 꼬아 천으로 만들어 세운 천막의 가운데에는 진흙으로 쌓아 올린 아궁이가 있어 섬유질 가득한 말린 야크 똥으로 불을 피워 물을 끓이고 초원에서 필요한 모든 것들을 만들어냅니다. 천막의 천장은 약간 벌어져 있어 아궁이에 불을 피우면 연기가 빠져나갈 수 있으며 낮의 해와 밤의 별을 보며 시간과 날씨를 가늠해 보기도 합니다.

천막으로 들어가는 문에서 아궁이를 바라보면 아궁이의 왼쪽은 여자들의 자리여서 부엌살림을 중심으로 맨발로 왔다갔다하며 야크버터(수유)를 만드는 통의 장대를 이용해서 버터를 만들고 티벳어머니는 윤기가 나는 머리칼에 바늘을 비비며 가족들을 위해 겨울철 새롭게 입을 옷을 만듭니다. 양가죽과 양털과 바느질할 옷감들이 담긴 보따리 옆에 손바닥만한 손거울이 아궁이의 한켠 조그만 찬장에 놓여져 있습니다.

ⓒ 2016 주창민 All rights reserved 천막 안 아궁이의 왼쪽 여자의 자리
ⓒ 2016 주창민 All rights reserved 천막 안 아궁이의 왼쪽 여자의 자리
ⓒ 2017 주창민 All rights reserved 천막 안 아궁이의 오른쪽 남자의 자리
ⓒ 2017 주창민 All rights reserved 천막 안 아궁이의 오른쪽 남자의 자리

남자들의 자리는 아궁이의 오른편으로 버터차를 마실 수 있는 찻잔과 그들이 섬기는 티벳불교의 화신이 그려진 탱화가 걸려져 있습니다. 아침저녁으로 기도를 하는 신당입니다. 실은 인쇄된 사진이 대부분입니다.

탱화는 그려내는 과정들이 까다롭고 그림재료로 보석돌(주석, 터키석, 청금석 등등), 황금, 은, 진주, 산호, 식물, 뼈와 여러 귀한 재료를 갈아서 사원의 승려들이 정성을 다해 그려내고 고승의 기도를 받아 신성화하여 대대로 전해져 내려와 족자로 만들어 유목지로 이동할 때마다 함께 하여야 하는데 이전에 중국 내에서의 여러 상황들로 인해 파기되고 그나마 보존하고 있던 것들은 여러 한족자본가들이 궁핍한 그들에게 돈을 주어 사가기도 하였답니다.

저의 한 티벳인친구의 집에는 그의 할아버지가 라싸까지 걸어가서 사온 티벳식의 장식이 있는 철제 솥을 돈이 필요하여서 값싼 인민폐로 바꿨으며 티벳남자들은 이전에 하나씩은 총이 있었다고 합니다. 티벳남자로서의 상징물처럼 큰 행사에 차고 나가 총소리를 내며 악귀를 쫓아내어 지역을 지킨다라는 의미가 있었다라고 하는데 자신이 물려받은 화승총을 중앙정부에서 단속을 한다고 하여 문제가 될까 하여 팔아버렸다며 지금은 고급 티벳식당이나 호텔에는 자신이 어릴 때 곧잘 보던 옛 물건들이 골동품처럼 여겨 장식이 되어 품격을 높이고 있어 참 아쉬워하더군요.

이곳의 삶의 방식이 초원에서의 삶에서 도시중심으로 바뀌다 보니 이들이 필요한 도시의 화폐를 얻기 위해 초원에서의 삶을 버리고 초원에서 지키고 유지하였던 문화와 화폐를 맞바꾸었을꺼라 여겨집니다.

ⓒ 2017 주창민 All rights reserved 유목민의 어머니와 도시에서 대학을 다니는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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