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법 개정에 오히려 눈물 흘리는 시간강사들
강사법 개정에 오히려 눈물 흘리는 시간강사들
  • 탄탄스님
  • 승인 2019.08.05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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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스님자장암 감원, 동국대 강사
탄탄스님(자장암 감원, 동국대 강사)

대학의 시간강사가 대량 해고되고 강단에서 타의에 의해 쫓겨나는 신세가 되었다.

대학원을 마친 고학력의 강사들이 ‘잉여인간’으로 취급받으며 거리로 내몰리고 있지만 대학 당국 뿐 아니라 어느 누구도 여기에 대한 일언반구조차 없는 실정이다. 대학의 위기이고 교육행정의 폭거이다.

지난해에 비하여 시간강사가 담당하던 강좌가 기하급수적으로 감소하였으며 또한 소규모의 강좌도 줄었다. 학생들은 ‘수강신청 전쟁’을 치르며 콩나물시루 같은 수업을 들어야 하고, 또한 전임교수들은 과중한 강의 부담에 학문적 업적을 쌓는 연구를 기대하기가 더욱 요원해지는 일이 대학가에서 벌어지고 있다.

2학기를 앞두고 또다시 강사 해고의 칼바람의 조짐은 멈추지 않고 있다. 새로운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최근 대학들은 공개채용 절차를 시작하고 있지만 그 규모가 이전보다도 크게 줄었으며 눈에 띄게 강의시간은 대폭 줄었다.

더구나 1년짜리 계약직인 강사를 뽑는 공개채용에서 전임교원 수준의 조건을 요구하는 대학들도 많아 강사들이 처한 현실의 고충이 가중 되어 졌을 뿐이다.

그동안 정부의 대처는 미흡했으며 수년을 미루고 안일하게 대처하여오다 그나마 문재인 정권에 들어 논의가 집중되었지만, 교육부의 장관 이하 주무부서는 손을 놓고 있는 듯 꿀 먹은 벙어리 꼴이었다.

개정 강사법에 따르면 강사는 새로운 교원이다. 강사는 비상근 교직원이자 여러 대학에서 동시에 교원으로 존재할 수 있는 다중교원이다. 이제 강사와 비전임교원은 촉탁직이 아니라 공개 채용된 선발직이다.

강사직은 무기 계약직이 아니라 1년 이상 계약에 3년까지 ‘재임용 절차’가 보장되는 비정규직이다. 다만 부당한 징계나 해고에는 소청심사권을 활용할 수 있어 일반 사업장의 비정규직보다는 그나마 고용 안정성이 눈곱만큼 더 기대된다.

강사는 교원이되 노동자이므로 노동기본권을 다 활용할 수 있다. 대학의 강사는 교육, 연구, 학생지도를 하는 교원으로 이에 걸맞은 권리보장이 선행되어야 한다. 대학은 새 교원 집단의 출현으로 전임교원과 비전임교원 사이의 새로운 관계 설정과 관련자들의 권리보장 등이 요구된다.

이런 조처들이 충분한 효과를 내리라고 기대하기는 매우 힘들다. 문재인 정부는 대학 강사 고용 안정과 교육 개선에 필요한 예산을 충분히 지원하지 않고 있다. 사립대학들을 규제하려는 의지도 없어 보인다. 게다가 시장 논리로 대학을 구조조정하려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현재 대학 당국들이 강사를 해고하는 이유가 단지 강사법 시행 예산 부담을 피하려는 의도만은 아닌 것이다. 학생 수 감소로 인한 수입 감소를 만회하고, 대학 간 경쟁과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에 대응해 대학들은 학과 통폐합과 강의 유연화 등 구조조정을 해 왔다. 

한국의 대학을 지배해온 수익성 논리는 학령인구 감소와 경제 위기 속에서 더욱 강화되고 있다.

역대 정부들은 대학에 대한 재정 지원을 늘리고 교육 공공성을 강화하며 고등 교육의 질을 높이려 하기 보다는 시장주의적 평가 지표로 대학 구조조정을 유도해 왔으며 이런 상황에서 대학 당국들은 심각해지는 위기의 고통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해 왔다.

또한 문재인 정부는 강사 제도에서는 비정규직 문제와는 상반된 이중적인 행태를 자행하고 있다.

대학 위기의 고통을 강사와 교직원, 학생들에게 전가하고 있는 정부와 대학 당국에 맞서 저항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강사들의 열악한 처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와 온갖 부정·부패를 저지르며 돈 벌이만 중시하는 사립대학들에 대한 사회적 반감이 크며 국민적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대학들이 이번 공개채용 과정에서 진보·좌파적 강사를 배제하려는 것은 그들이 저항을 두려워함을 보여 주는 일이기도 하다. 이제 부터 강사 해고를 막고, 해직 강사를 복직시키고, 교육 여건 악화를 막기 위해서 더욱 투쟁과 연대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

얼마 전 어느 자리에서 사립대의 시간강사 문제에 대한 발표를 들었다. 발표를 맡은 어느 강사 선생은 “대한민국 대학은 시간강사를 착취함으로써 존립하고 있다”고 직설적으로 표현하였다. 정곡을 찌르는 그 말을 듣고 대학에서 시간 강사들이 착취에 저항하고 자기 권리를 주장할 방법이 전혀 없다는 생각에 공감 하였으며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이해관계자인 대학과 시간강사 모두가 원치 않는 개악 강사법을 굳이 왜 시행하려 하는지 의문이다. 정치권과 교육 당국, 대학은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서라도 이해관계자들의 지혜를 모아 하루빨리 시간강사의 실질적인 신분 보장과 처우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합의책을 다시 도출해 내야하며 더 현실적으로 개선해야 옳다.

새학기부터 새로운 강사법을 맞는 시간강사들의 생존권 투쟁은 더욱 절박하여졌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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