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시론] 장례에 이어 임종문화도 바꿔지고 있다
[충남시론] 장례에 이어 임종문화도 바꿔지고 있다
  • 임명섭 주필
  • 승인 2019.08.21 1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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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지인인 80대 할머니를 나무 그늘 휴게 의자에서 만났다.

할머니는 묻지도 않았는데 “보건소에 다녀오는 길”이라며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등록한 카드를 보여줬다.

“자식들에게 죽음을 앞두고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살아 있을 때 보건소를 찾아 연명 신청을 했다”는 얘기였다. 필자는 할머니의 대단한 결심에 격려의 말로 맞대응 해줬다. 사람은 태어나면 누구나 피할수 없는 게 죽음이다.

최근 연명의료결정법(일명 웰다잉 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잘 죽는 문제에 대한 고민도 잘 사는 문제에 대한 성찰이기 때문이다.
죽음을 앞둔 당사자들이나 가족들에게 선택권을 주는 이른바 ‘존엄사법’이 지난해 시행됐다. 노환이나 질병의 악화로 회복될 수 없는 상태가 된다면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고 미리 증명을 남겨놓는 제도다.

이 법이 시행된지 1년 반이 됐는데, 등록자 수가 늘고 있다. 첫 해는 1년 동안 11만 5000여 명이 등록했고, 그 후 6달 동안은 18만 명이 참여해, 29만 9000명으로 불어났다. 첫 해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이 법 시행 이후,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웰-빙 못지않게 웰-다잉 즉, 존엄한 죽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희망자가 늘면서 병원의 호스피스 제도의 보완이 시급하다. 정부와 의료기관, 지역 사회가 함께 대안을 만들어 내야 한다.
장례문화가 매장에서 화장으로 크게 바뀐데 이어 ‘임종 문화’도 변하고 있다.

존엄사는 시대적 요구이자 세계적인 추세이나 아직은 윤리적, 종교적 논란으로 잡음이 뒤 따르고 있어 이를 최소화시키는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미국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오스트리아, 일본, 대만 등은 임종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인정하는 사회적 선택을 하고 있는지 오래 됐다. 네덜란드는 이미 2002년부터 안락사가 허용되고 있다.

우리는 아직 존엄사를 희망하는 환자를 수용할 의료 관련 인프라가 형편없이 부족한 게 문제다. 사회적 미비점도 많아 후속 실행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덤벼야 한다.
물론 일각에서는 존엄사 허용이나 법제화가 자칫 현대판 고려장으로 악용되거나 생명경시 풍조로 이어질 수 도 있다는 비판도 있어 사회적 공감대의 형성도 아쉽다.

선진국의 사례를 꼼꼼히 살펴 법 시행과 함께 보완책을 마련해 국민적 합의 도출에 힘써 주길 당부한다.
존엄사의 첫 김 할머니는 죽음을 앞두고 ‘인간답게 살 권리’ 뿐만 아니라 ‘인간답게 죽을 권리’도 주장하며 사회에 많은 숙제를 남겨놓고 세상을 떠났다.
다른 나라에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존엄사 허용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존엄사는 시행됐지만 100세 시대를 맞아 그 때까지 긴긴 세월을 어떻게 건강하고 편안히 살아갈수 있을지 생각만 해도 막막한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때문에 존엄사에 대한 임종문화에 관심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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