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뜨랑제의 SNS미술관] 고야의 격변
[에뜨랑제의 SNS미술관] 고야의 격변
  • 김기옥 사유담 이사
  • 승인 2019.08.27 1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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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옥 사유담 이사] 책을 통해 한 사람의 생애를 보면 '바르다가 공부 잘했고 관직하다가 글도 잘 써 책을 남긴 위인'이 대부분이다. 조금 다른 경우는 '좀 이기적이었는데 어느 계기로 남을 위해 살게되었다' 였다. 이 정도였지, 도둑이었다가 성자가 되어가는 이야기는 레미제라블에서나 가능한거지 별로 없다.

40 넘어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50 넘어 사람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운이 없어 사그러들 뿐이다.
그러나 고야는 인생 전후반이 빛과 어둠이다. 그렇게 극적인 변화는 나는 못봤다. 손이 굳어 그림이 단순해진 마티스, 나이가 들어 경계가 흐려진 모네, 영원히 제 멋으로 종횡무진한 피카소까지 첫 눈에 다를 뿐 가만 보면 화가 본래의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그러나 고야의 그림은 완벽히 다른 사람의 그림이다.
아무리 나이 들어 허무주의에 빠져도 이렇게 나타난 격변은 미술사에 별로 없었다. 절필은 해도 자신을 꺾고 다른 그림을 그린 예는 아무리 찾아도 없다.

30년만의 격변은 두 그림속에서 적나라하게 나타난다.
성이시도르의 축일에는 마드리드에서 잔치가 벌어졌다. 언덕으로 뛰어 나온 사람들은 제일 고운 옷으로 갈아입고 기뻐서 뛰고있다. 30년 뒤 장소는 같은 곳이다. 축일도 같다. 그러나 성이시도르 잔치에 찾아든 사람들은 흡사 좀비같다. 부산행의 기차안에서 밀려나오는 눈이 돌아가고 팔다리가 지멋대로인 귀신들 같다. 새하얀 눈동자는 뒤집어 졌고 헝크러진 머리칼은 미친사람이다.

어떻게 같은 축일에 고야는 천사와 악마를 그려낸 것일까? 나는 그 놀라운 변화를 추정하기도 어렵다. 과연 고야는 미친 것일까? 고야를 미치게 한 것은 무엇일까?

나는 고야의 검은 그림들의 방에선 오래 머물지 못한다. 벽에 쳐바르 듯 그린 14점의 그림은 캔버스에 옮겨 프라도로 왔는데 그림들은 이 곳은 내 자리가 아니라는 듯 뚫고 나오려 한다. 알사탕만한 눈동자에 작은 점으로 찍은 눈동자는 너무 무섭다.
나는 올해도 그 방 앞에서 한참 망설이다 밀려들어갔다.
나는 무섭다!

#성이시도르 #성이시돌목장 #이시돌아저씨가사장인줄알았네 #사유담 #고야 #누가 나를 미치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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