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학 강사법’ 핑계로 재정 탓하지 말라
[사설] ‘대학 강사법’ 핑계로 재정 탓하지 말라
  • 충남일보
  • 승인 2019.09.02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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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대학의 시간강사가 지난해에 비해 크게 줄어 들었다. 교육부의 ‘2019년 1학기 대학 강사 고용현황 분석 결과’ 지난해 1학기보다 1만 1621명(19.8%)이나 줄어든 것으로 밝혀졌다.

강사법(개정 고등교육법)이 지난 달에 시행됐는데 대학들이 미리 강사 7834명을 해고했다. 신분이 불안한 강사 처우개선을 위한 이 법이 결국 ‘강사 내쫓는 강사법’이 된 형국이 돼 전국 대학이 홍역을 치룬 셈이다. 이런 ‘강사법 출발’로 인해 대학들은 뚜렷한 해법이 안 보여 고민하고 있다. 교육부는 대학들이 강사를 줄이면 재정지원을 줄이겠다는 엄포를 놓았으나 말이 먹히지 않았다.

대학들은 몇 년째 등록금이 꽁꽁 묶여 운영에 어려움에 부딪쳐 교육부 방침대로 강사법을 유지하려면 연평균 2000여 억 원이란 돈을 조달해야되기에 막막할 뿐이다. 치밀한 마스터플랜 없이 겉포장만 그럴싸한 정책을 입안한 교육당국의 책임이 그래서 무겁다고 할수 있다.

교육부가 당초 추정했던 강사 1만 4000명의 해고에 비해 실제 해고 규모가 적다지만, 전업 강사 약 5000명이 실직에 내몰린 것은 선진 지식사회에 맞지 않는 행태다. 대학이 법 취지를 어겨가며 ‘정리해고’의 칼날을 휘둘렀다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대학들은 기존 강좌를 대대적으로 폐쇄하거나 통합하는가 하면, 전임교원의 강의수와 강사법 적용을 받지 않는 겸임·초빙교수 자리를 크게 늘리긴 했다. 교육부가 강사법에 겸임·초빙교수 자격 기준을 명시했다지만 무용지물이다.
교육부는 하반기에 실직 전업 강사 2000명에게 총 280억 원을 지원하고, 내년엔 예산 규모를 더 늘릴 예정이라지만 충분치 않다.

시간강사 문제는 한두가지 처방으로 해결을 기대하기 어려운 해묵은 난제다.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야 하고, 이를 뒷받침할 과감한 재정 투입이 반드시 필요하다. 당장 생계의 벼랑 끝에 몰린 실직 강사들에게 강의할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제공해야 한다. 모든 고등교육 사업에 강사고용안정지표를 적용하고, 겸임·초빙교수 남용에 벌칙을 주며, 전임교원 강의수를 제한해야 한다는 강사단체들의 요구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대학과 교육부는 재정 여력만 탓하지 말고, 실직 위기의 강사 지위를 보장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교육부는 이제라도 특단의 재원대책은 물론 학령인구가 매해 급감하는 현실까지 감안해 ‘강사법’을 보완하는 ‘큰 그림’을 내놓기 바란다.
물론 그동안 교육부가 손을 놓고 있었다고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 대한 교육부의 책임을 무겁게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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