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배 칼럼] 사람 능력을 스펙으로 평가하지 말아야 한다
[김원배 칼럼] 사람 능력을 스펙으로 평가하지 말아야 한다
  • 김원배 목원대학교 전 총장
  • 승인 2019.09.16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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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참으로 다양한 사회이다. 사람의 살아가는 방법도 다양하며 평가받는 방법도 다양하다.

옛날에는 살아가는 방법이 단순했기 때문에 잘살기 위해서는 무조건 공부를 잘해야 했다.

출세하기 위해서는 공부를 잘해서 판검사가 되거나 의사가 되거나 교수가 돼야 했다.
소위 우리사회에서 출세를 하려면 상기에 언급된 신분의 사람이 돼야 하는데 그 첫발이 좋은 고등학교, 대학에 들어가 좋은 선생을 만나고 좋은 친구를 만나는 것이었다. 그래야 일단은 우리사회가 인정하는 그런류의 자리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이런 입시제도를 지양하고 각급학교의 평준화 작업이라는 제도가 생기면서 공부 위주의 평가보다는 스펙에 의한 평가 방법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람의 평가를 시험성적에만 의존하지 않고 학력, 자격증, 경력등을 점수화해 평가하는 것이다. 이 방법이 시험성적 하나로 사람의 능력을 평가하는 것보다 훨씬 인간적인 방법이고 잠재력을 평가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제도의 단점은 이 같은 스펙을 쌓는데 부모 잘 만나 경제적으로 부유한 집안, 사회적으로 성공한 부모를 둔 집안의 자녀들이 그렇지 못한 집안의 자녀들에 비해 훨씬 유리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프로야구 선수 중에서 스펙에 의한 피해를 본 한선수의 예를 들어 보면서 스펙에 의한 평가가 얼마나 위험한 평가 방법인지를 고민해 보고자 한다.
올해 25세인 LG트윈스의 한선태 선수는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야구부에서 선수생활을 하지 않고 국내프로 야구단에 입단한 최초의 선수이다.

그는 2009년 중3때 WBC(월드베이스볼 클래식) 결승전 한·일전에서 임창용선수의 ‘뱀직구’에 매료돼 야구에 관심을 가졌으며 그때부터 야구를 하기위한 길을 스스로 개척해 나간 의지의 사나이다.
동네 야구단을 스스로 결성하는가 하면 독립야구단 파주 챌린저스 등에 입단해 스스로 노력한 결과 그의 공은 사이드암으로 144km까지 던지는 인정받는 공이 됐다.

그는 실력을 인정받고 자신의 투구를 인정하는 국내프로야구구단에 입단하려 했다. 하지만 KBO의 스펙규정상 학생선수로 6년간 등록되지 않은 선수는 드래프트 자격에 참여할 수 없다는 이유로 입단이 거절됐다.

다행히 2018년에 KBO의 스펙규정이 ‘비선수출신도 프로구단에 입단할 수 있다’로 개정이 돼 LG트윈스에 입단해 국내의 야구펜들 사랑을 받으면서 선수생활을 하고 있다.
짧은 내용의 예지만 스펙이란 이렇게도 무서운 것이다. 야구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적잖은 돈을 투자해 스펙을 쌓아야 하는데 돈 없고 힘없는 부모를 둔 집안의 자녀들은 그 스펙을 쌓지 못해 그의 재능을 사장시켜야 하는 불행을 겪게 된다.

 때에 따라서는 스펙 때문에 좌절을 맛보면서 그 좌절을 이기기 위해 계란으로 바위를 때리는 것 같은 앞이 보이지 않는 무력감도 느꼈을 것이다.
다행히 한선태 선수는 어려움을 잘 이겨내고 훌륭한 구단 소속의 프로선수로 활동하게 됐으니 축하받을 일이다. 사회제도로 인해 훌륭한 인재를 잃는 것은 개인적인 손실임은 물론이고 사회적인 손실도 크기 때문에 스펙에 의한 평가방법으로 피해를 보는 사람이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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