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시론] 우리도 아파트 수명 100세 시대에 진입했다
[충남시론] 우리도 아파트 수명 100세 시대에 진입했다
  • 임명섭 주필
  • 승인 2019.09.25 1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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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간 살 수 있는 장수 아파트가 세종시에 임대아파트 116채가 준공돼 첫 선을 보였다. 콘크리트와 철근 등 자재의 내구성을 높이고, 배관설비 공간을 분리해 건축물을 부수지 않고도 설비 교체가 가능한 최신 공법에 따라 지어졌다.

우리나라 아파트는 도 산업화 및 도시화와 함께 도입됐다. 도시화로 인한 인구 밀집으로 주택 문제가 발생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어진 것이 아파트다.
최초의 아파트는 서울 충정로에 세워진 5층짜리 건물이고, 해방 이후의 아파트는 1959년 중앙산업(주)이 지은 ‘종암아파트’다. 아직까지 80년이 넘은 아파트가 서울에 꿋꿋이 버티고 있다.

최근에는 멀쩡한 아파트도 건축 후 30년만 지나면 재건축 열풍으로 스러져가는 걸 보면 놀랍다. 오래된 아파트는 ‘등록문화재’로 지정돼야 할 정도지만 비바람 앞의 촛불처럼 언제 헐릴지 모르는 위태로운 속에서 노년기를 맞고 있다.

초창기 아파트는 대부분 한 동짜리 단독건물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마을 개념의 아파트로 지어지고 있고 첫 단지화로 마포아파트가 손꼽힌다. 이제는 도시나 지방이나 지었다 하면 아파트가 단지화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 아파트 역사는 거슬러 가면 50여 년 남짓하다. 짧은 기간 동안 혁명적이라 할 만큼 빠른 속도로 아파트가 영토를 접수하고 있다.
프랑스의 한 대학생은 재테크 수단으로 격상된 우리 아파트를 학문적으로 연구한 결과 자기 나라에서 지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한다. 이처럼 하늘이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는 우리나라 아파트는 고층 호화 아파트는 과연 수명은 얼마나 될까?

아파트 수명은 나라에 따라 차이가 있다. 영국의 아파트 평균수명은 128년으로 세계에서 가장 길다. 독일은 121.3년으로 두 번째이고, 프랑스(80.2년)와 미국(71.9년)순이다. 일본(54.2년)에 비교해도 우리나라는 28.8년에 불과하다.

아파트 수명이 짧은 이유는 무얼까? 기술적으로 건축물의 설계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벽식구조로 짓는다. 기둥이 없고 벽이 기둥 역할을 대신하는 구조다. 영국 등의 아파트는 기둥식 구조다.
기둥이 건물 무게를 지탱하고, 벽은 공간을 나누는 역할만 한다. 때문에 벽을 허물고 수리하기가 편리하다. 하지만 우리는 경제적 요인으로 건설사들이 아파트 수명이 늘어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장수 아파트를 지으면 단기적으로 공사비가 늘어나고, 장기적으로는 건축 수요가 줄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아파트가 주거 목적보다 재테크 수단으로 인식하는 부분이 상당히 작용하고 있다.
새 아파트를 사서 값이 오르면 처분할 생각을 하기 때문에 장수 아파트를 선호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30년만 넘으면 구조상 멀쩡한 아파트도 부수고 다시 짓는 작업(?)에 들어가는 엄청난 자원낭비를 하고 있다.

현재 우리의 건축기술 수준은 100년 이상의 수명으로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실력을 갖고 있다. 그런 가운데 처음으로 100년간 쓸 수 있는 장수 아파트가 세종시에 등장했다. 우리나라에도 아파트 수명 100세 시대를 여는 계기가 돼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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