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정 칼럼] 충남, 한일관계 회복의 중심이 되어야
[임은정 칼럼] 충남, 한일관계 회복의 중심이 되어야
  • 임은정 공주대 국제학부 교수
  • 승인 2019.10.07 15: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은정 교수
임은정 교수

필자는 백제의 옛 수도인 공주로 부임하기 직전까지 일본인들이 소위 ‘천년의 고도(古都)’라고 자랑하는 교토(京都)에서 활동했다.

얼마 전 그 시절부터 알고 지낸 일본인 지인이 한국에 오셨다기에 찾아 뵐 기회를 가졌다. 지인은 이번 한국 여행에서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를 만날 일이 무엇보다 기대된다고 했다.

우리 국보 제83호인 반가사유상이 교토에서도 가장 오래 된 사원인 고류지에 안치돼 있는 일본 국보 조각부 제1호 ‘미륵보살반가사유상’과 얼마나 닮았을지 직접 보고 싶다고 한 그 지인의 말이 필자에게도 매우 와 닿았다.
필자 역시 고류지의 반가사유상을 처음 보고 할 말을 잃은 채 한참을 바라 본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교토에서 생활하는 내내 백제의 숨결이 곳곳에 살아있다는 인상을 깊게 받았다.
일본의 코시츠(皇室·왕실) 역시, 백제로부터 면면히 이어지는 한반도와의 인연을 중요시 여겨왔다.

2001년 12월, 지금은 죠코(上皇·상왕)가 된 아키히토 당시 텐노(天皇·일왕)가 ‘속일본기’를 인용해 간무(桓武) 텐노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의 자손임을 언급하면서 처음으로 한반도와의 혈연관계를 공개적으로 밝힌 일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2002년 한일이 공동으로 개최한 월드컵에는 다카마도노미야(高円宮)가 코시츠의 일원으로서는 처음으로 우리 정부의 공식 초청을 받아 방한했는데, 그는 한국인과 일본인 사이에는 문화의 뿌리로부터 공통점이 매우 많다고 언급하며 한일 교류를 강조했다.

2004년 8월에는 아키히토의 당숙인 아사카노미야(朝香宮)가 비공식적으로 공주를 방문해 무령왕릉에 성묘하고 오영희 당시 공주시장을 접견한 바도 있다. 일본 코시츠에게 백제는 자신들의 뿌리를 이루는 중요한 기반이자, 존경의 대상이다.

지금의 한일관계는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최악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작금의 사태가 어느 날 갑자기 불거진 것은 결코 아니다. 필자의 분석으로는 오늘의 한일 관계의 균열은 이미 이명박 정부 후기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소위 이명박 대통령의 일왕 사과 요구 발언 이후 한일 관계는 끝이 보이지 않는 나락으로 서서히 떨어져 갔다. 그러나 1000년 넘게 이어진 한반도와 일본 열도와의 역사 속에서 어찌 보면 지금의 대립과 갈등은 또 한 편의 조각으로 남을는지 모른다.

이런 시국이기 때문이야말로 필자는 아키히토 죠코의 방한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자 한다. 2012년 9월, 이명박 대통령의 사죄 발언에 대해 “나는 양국의 우호를 위해서라면 현지에서 사죄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겠다”고 발언한 아키히토는 평화주의자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그는 일본인들에게도 깊은 존경의 대상이다.

또 그의 위와 같은 발언은 수정주의자인 아베 총리와 전혀 다른 역사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아키히토 죠코의 방한이 성사된다면, 그릇된 역사의식을 가진 일본 우익들에게도 대의를 바로 세워 보여줄 수 있는 기회마저 될 것이다.

우리 정부는 아베 정부에 대한 대응과는 별개로 아키히토 죠코를 초청하고, 충청남도와 공주시는 그의 공주 방문과 무령왕릉 참배를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제안하는 바이다.
한일관계의 엉킨 실타래는 바로 충청남도에서부터 풀어가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