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주 칼럼] 얼룩말의 근심?
[양형주 칼럼] 얼룩말의 근심?
  • 양 형 주 대전도안교회담임목사
  • 승인 2019.10.27 1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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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드넓은 초원에 평온하게 풀을 뜯어 먹고 있는 얼룩말이 있다.

 언뜻 볼 때 평온하게 보이지만, 사실 이런 얼룩말은 늘 사자와 같은 아프리카 맹수들의 먹잇감이 되기 쉽다.

그래서 평온하게 풀을 뜯다가도 갑자기 굶주린 맹수가 들이닥치면 사력을 다해 도망가야 한다. 안 그러면 죽기 때문이다.
이때 얼룩말의 스트레스 지수는 급상승한다. 모든 신경과 장기들의 기능은 오직 ‘도망’과 ‘생존’에 집중된다. 그렇게 해서 살아남은 얼룩말은 언제 쫓겼냐는 듯 조금 전까지의 위기를 모두 잊고 다시 평온하게 풀을 뜯는다.

왜 좀 더 일찍 알고 도망치지 않았을까 후회하거나 자책하지 않고, 또 앞으로 닥칠 위기에 대해 불안해하지 않고 그저 무심하고 평안하게 풀을 뜯어 먹는다.
우리가 살아가다보면 이런 거대한 위기가 닥쳐올 때가 있다. 우리는 얼룩말과 같은 평정심을 갖기가 쉽지가 않다.

중요한 시험이나 승진을 앞두고는 혹시나 떨어질까 밤새 잠을 못 이루고 걱정한다. 두통이 심하거나 배가 아프면 혹시 큰 병이 아닐까 마음을 졸인다.
우리는 일어난 일에 스트레스를 받기보다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과민하게 반응하며 극도의 불안과 괴로움을 스스로 만들어 낸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로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어하는 이유는 이것이 내 뜻과 기대대로 되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두려움과 불안 때문이다.
또 이미 지나간 일을 잊지 못하고 곱씹고 또 곱씹으며 속으로 분한 감정을 삭히지 못한다. 이는 내 뜻대로 되지 않은 것에 대한 분노와 자책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는 인생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에 대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성경 ‘전도서’에 따르면 인생은 ‘형통’과 ‘곤고함’이라는 신비한 두 실로 직조되어있다.
그래서 지혜의 책으로 일컫는 ‘잠언’은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는 자는 하나님’이라고 말한다(잠언 16:9).

내 힘 닿는데까지 최선을 다하지만, 더이상 내 힘과 능력과 근심과 염려로도 닿을 수 없는 부분은 이를 믿음이란 신비한 힘으로 내려놓아야 한다.
이 믿음은 내 인생이 내 뜻대로만 움직이지 않고 신비로운 보이지 않는 손길이 있음을 받아들이는 믿음이다.

이때 우리 삶에는 하늘의 평화가 임한다.
그리하면 우리는 형통할 때도, 곤고 할 때도 굳은 심지로 자신을 지켜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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