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예산소방서, 불나면 대피 먼저해야 하는 이유
[기고] 예산소방서, 불나면 대피 먼저해야 하는 이유
  • 박성룡 예산소방서 삽교119안전센터장
  • 승인 2019.11.24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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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룡 예산소방서 삽교119안전센터장

은행나무 가로수는 언제부터 인가 노란 색으로 갈아 입는 듯 하더니 이제는 길바닥에 나뒹구는 늦가을의 한낱 낙엽에 불과하다. 겨울비가 내리고 나니 아침저녁으로 기온차가 급격히 변화하여 감기 걱정을 해야 하는 때가 이 맘 때 인 듯 하다. 또 본격적인 겨울채비가 필요한 시기이도 하다.

국회에서는 지난 19일 그 동안 유지해 온 지방직 소방관의 신분을 국가직으로 하는 소방공무원법 등 관련 법률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었다. 내년 4월 부터는 지금의 지방직에서 국가직으로 변경되고 소방관의 장비와 처우 등도 개선될 전망으로 온 국민이 균등한 소방수혜를 받을 수 있어 모두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신분전환에 그 나름대로의 의미와 장점을 논하고 싶은게 아니라 이 겨울 모든 국민이 화재안전을 생각하는 겨울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연중 그러 하지만 겨울철만 되면 좀 더 신경을 곤두세우고 긴장감을 유지한다. 왜 그럴까. 당연하고도 필연적이라 생각하겠지만, 계절적으로 화기를 가까이 하고 싶은 욕망 때문에 이로 인한 크고 작은 화재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겨울철 난방용품으로 인한 화재나 유가부담을 의식한 농촌지역에서의 화목보일러 화재는 그 이유 중의 하나이다.

화재현장과 화재사례를 살펴보다 보면 보통사람이 느끼는 것 보다 심각성을 알게된다. 화재로 인한 물적피해는 필연적으로 뒤따르게 되며,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경우를 보면 겨울철이 얼마나 화재에 취약하고 화재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지를 가늠할 수 있다. 모두의 화재안전 의식이 그 어느때 보다 중요한 시기임에 틀림없다.

올 해부터 소방관서에서는 “불나면 대피먼저”라는 슬로건을 각종 소방교육이나 소방훈련시 집중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소방청의 최근 3년간 화재발생 통계에서 보면 화재는 감소했지만 오히려 사상자는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화재 초기 소화기 사용이 중요하지만 정말 작은 불이 아니면 끄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일단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고 이후에 119 신고, 초기 소화 등을 하라는 게 주요 내용이다.

최근 건축물들이 불에 잘타는 가연성 외장재를 사용해 이전 보다 위험성이 커졌음에도 사람들이 소화기를 사용하거나 119신고를 먼저 하느라 대피가 늦어진 게 원인이며 아직도 저마다 화재예방의 중요성이 각인되어 있기 때문으로 대피보다는 더 이상의 연소확대를 막기 위해 불끄기에만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으로 현실을 반영한 상황에 맞는 새로운 대응책이라 하겠다.

지금 내가 생활하고 있는 이 곳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어떻게 해야 하지. 한번쯤은 생각해 봐야한다. 화재현장에서의 사망자는 대부분 불로 인한 것보다 연기에 의한 사망자가 대부분이다. 화재시 가연성 물질의 연소로 인해 연기가 발생하면서 침착성을 잃고 피난방향이나 피난통로를 찾지 못해 질식사 할 수 있기 때문에 최우선 대피가 나의 생명을 구하는 유일한 방법이 된다.

소방청의 설문조사에서 “집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119에 신고한다(35.7%)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소화기 등을 이용해 불을 끈다(20.5%)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 “집 밖으로 대피한다(20.3%)는 3위에 그쳤다. 화재장소를 직장으로 옮겨 질문해도 여전히 119에 신고한다는 답변이 수위를 차지했다.

대피의 중요성은 과거 사례를 통해 반면교사 삼을 수 있다. 지난해 1월 발생한 경남 밀양 세종병원 사례는 대피의 중요성을 일깨워 줄 수 있다. 이 화재로 환자와 의사,간호사 등 45명이 숨지고 147명이 다쳤다. 화재발생 당시 병원 직원들이 1층과 3층의 소화기를 사용해 불을 끄려 노력했지만 오히려 대피 지연으로 인해 사망자가 늘었다는 게 소방청의 분석이다.

지난해 소방청 주관으로 개최된 전문가 포럼에서도 화재시 최우선 대피 행동요령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미국의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아이들에게 소화기 교육을 받지 못하게 한다” 면서 “만약 아이들이 불을 끄려다가 대피가 지연되거나 무서워 도망쳐 나오면 소화기로 불을 끄지 못해 자기 가족들이 죽었다고 자책하게 된다“고 주장하기도 해 외국은 이미 대피에 방점을 둔 캠페인이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119 신고 등 화재대응은 일단 안전한 곳으로 대피한 뒤에 해야한다. 또 화재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실내에 남아 있거나 현장으로 다시 들어가는 것은 매우 위험하므로 절대 해서는 안되는 행동이다. 우리 주변에는 어린이를 비롯한 청소년들이 선호하는 다중이용시설과 학원, 대표적 재난약자 시설인 노인과 장애인 관련시설 등에서는 좀 더 촘촘한 소방안전이 요구된다. 피난통로인 비상계단과 복도에 물건을 쌓아둬 대피를 어렵게 하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한번 살펴보는 습관을 기르고 만약을 대비한 피난계획과 피난훈련이 뒤따라야 함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또 처음 출입하는 곳이라면 피난계단과 비상 대피로를 확인하는 습관이 선행돼야 한다.

소방관의 삶의 터전은 화재현장과 응급한 상황에 놓인 현장이 대부분이고 현장에서는 위험을 회피하지 않고 생면부지의 사람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 한다. 적어도 올해 겨울은 소방관이 필요없는 안전한 겨울이 됐으면 좋겠다. 또 화재로부터 안전함이 내 가족과 직장, 사업장을 지키는 최고의 방패이자, 울타리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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