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거연령 하향 옳은지 냉철하게 따져 보자
[사설] 선거연령 하향 옳은지 냉철하게 따져 보자
  • 충남일보
  • 승인 2019.11.2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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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만18세 선거연령 하향 추진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청소년 참정권 확대와 세계적 추세에 부응한다는 기대를 하면서도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라는 헌법가치 훼손과 학교현장의 선거장화가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가까운 일본은 지난해 만20세에서 만18세로 선거연령을 하향하고, 청소년 정치활동을 일부 허용했으나 고민이 컸다. 학생이 학교에서 특정 정당과 정치인을 찬성, 또는 반대하는 등의 정치적 발언이나 유인물 배포, 1인 시위를 할 경우에 대한 문제점이 뒤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고3 학생들에게 선거권이 부여될 경우 학교는 ‘정치 무풍지대’가 아니라 ‘정치 태풍지대’로 변화할 수 있다. 표를 얻기 위한 정치인들의 고교 방문과 정치선전이 가열되고 학생 간 특정 정당과 정치인에 대한 지지와 반대, 공약 유인물이 넘쳐나 수능 등 차분한 입시준비에도 차질이 예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 여론조사 업체에서 성인 국민을 대상으로 ‘18세 선거권’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찬성 46%, 반대 48.1%로 나타났다. 또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2015 아동청소년 인권실태 연구Ⅴ’의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선거연령 하향보다 현행유지 또는 상향 의견이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정치적 판단력과 이해도가 부족한 청소년에게 선거권을 주면 학교가 자칫 정치의 장으로 변질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적이고 이념적인 선거권을 당장 부여하는 것이 교육적으로 옳은 것인지 냉철히 따져볼 일이다. 현실적으로 학업과 대입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선거권을 주면 면학분위기를 해치고 혼란을 초래할 것은 불을 보듯 자명할 것이다.  2014년 헌법재판소는 ‘만 19세 미만 미성년자의 정치적 판단이나 의사표현이 왜곡될 우려가 있다’며 만 19세 이상에게 선거권을 주는 현행 법이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교육계에서 교육감 선거를 염두에 두고 선거연령 하향을 거듭 주장하는 것은 포퓰리즘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에 각계의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
선거권 하향 조정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이들은 세계적 흐름을 강조했다.

급속한 고령화로 노년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청년층의 의견이 무시되는 경향이 없지 않다는 측면도 있긴하여, 일견 합리적으로도 들릴 수도 있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18세 선거권 확대가 과연 교육적으로 옳은 것인지 냉철하게 따져 볼 필요가 있다.
18세 선거권은 ‘교육 정치’가 완전히 사라진 다음에 적용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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