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열풍의 사교육공화국
‘묻지마’ 열풍의 사교육공화국
  • 김인철 편집국장
  • 승인 2007.03.22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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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망국론이 나올만큼 처참한 교육현실을 보고있으면 애간장이 녹는 심정이 마치 자녀를 키우는 학부모의 심정과 같을 것이다. 이를 보다 못한 정부가 이번에 사교육을 잠재우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발표한 모양이다.
교육당국은 이번 발표를 통해 교육현장의 실태를 낯뜨겁게 고백했다. 학교교육을 불신하는 분위기가 팽배해지면서 고소득층은 물론 읍면지역 빈곤층 자녀까지 상당수 사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다른 나라의 책임있는 CEO라면 이쯤에서 망국지탄의 ‘할복’이라도 나옴직도 하지만 우리에게서 그런 태도를 바랄 수 있기나 하는 것일까.
교육현장의 도탄실태는 이 뿐이 아니다.사교육 분야에 있어서도 과거에 수능과 내신에서 비중이 높은 영어와 수학 등 일부 과목에 국한됐으나 근래에는 초등학생까지 매월 수십만원을 들여 예체능과 논술 등을 배우는 사례가 늘어나는 등 이른바 ‘묻지마 사교육’ 광풍이 전국에서 불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교육 현장에는 초등학교 6학년 10명중 9명(88.2%)과 중학교 3학년생 10명중 8명(78.4%), 고등학교 2학년생 10명중 7명(63.1%)이 사교육에 참여하고 있고 이같은 실태는 돈을 더 많이 벌수록 비율이 늘고 있다. 경제력이 높을수록 사교육 참여율도 증가했고 특히 우리나라 최대 부유층 지역으로 꼽히는 서울 강남권은 상급학교로 올라가도 사교육 참여 사례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 서울 강남의 자녀들이 93.88%로 단연 선두였고 그 다음은 서울 81.59%, 수도권 81.3%, 광역시 77.15%, 중소도시 75.85%, 읍면지역 66.82% 등으로 이는 우리사회의 부유층 자녀가 고가의 사교육을 받음으로써 재산과 함께 학력까지 대물림받는 이유를 알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이는 이곳이 사교육공화국을 더함으로써 부동산에 이어 ‘대물림공화국’으로 바뀌어가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언뜻 상관없는 ‘부동산과 사교육’의 대물림은 다른 말로 ‘부의 세습’이다. 교육때문에 동서격차, 남북격차가 생겼고 이때문에 집값불균형과 부의 불균형, 양극화가 심화된 것이나 다름없다.
이제 이땅에 남은 것은 소수의 독점으로 절대다수의 서민들이 빼앗긴 ‘희망’이다. 희망을 빼앗긴 자리에는 배신과 절망의 수렁이 있고 그 수렁위에서 증오가 싹이 트게 되는 것이다. 절대다수의 증오를 만들어 낸 책임의 절반이 정부에 있고 나머지는 이를 방관한 기성세대에 있다.
그러나 남은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모든 사람에게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희망의 대부분이 주거공간과 자녀교육문제이다. 또 이것이 정부가 가장 강하게 통제해 온 분야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결국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겠는가.
천연스럽게 대책이라고 밝히는 정부관료를 보면서 ‘떠나면 그만’이라는 생각과 함께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이 땅의 현실에 부끄러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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