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묵은 검경갈등 국민피해로 이어지지 않길
[사설] 해묵은 검경갈등 국민피해로 이어지지 않길
  • 충남일보
  • 승인 2019.12.12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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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묵은 검찰과 경찰의 힘겨루기가 재연될 조짐을 보이면서 국민적 우려감이 다시 커지고 있다. 화성 8차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에 대해 재수사를 하면서 당초 수사했던 경찰측이 관련사건자료를 주지 않기로 하면서 검찰이 독자적으로 수사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더구나 울산시장선거를 전후해 청와대의 외압이 있었는지 여부를 수사하면서 검경갈등의 단초가 됐던 울산고래고기사건이 다시 부상하면서 이같은 우려감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현 문재인정부 들어 개혁의 기류중 하나로 놓여진 검찰개혁, 그러나 이를 둘러싸고 수사권 조정에 대한 갈등이 함께하고 있어 두 권력기관간의 마찰로 인한 국민적 피해가 우려될 만큼 확산되고 있다.

범인이 뒤바뀐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안긴 1988년 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에 대한 검찰의 직접 재수사는 재심을 청구한 윤모(52) 씨가 검찰 직접 수사를 요구한 데다 경찰의 관련 자료를 검토하던 중 직접 수사할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알려졌다.

사실이길 바라지만 일각에서는 경찰이 관련자료를 넘기지 않아 독립적수사를 하게 됐다는 보도가 나온만큼 이런 정황이 검경갈등의 한 단면으로 밖에 국민들 눈에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검찰이 수사하던 경찰이 수사하던 이 사전은 범인이라 지목된 당사자가 분명하게 자신이 범인이라고 실토한데다 경찰 수사로 사건의 진상이 상당 부분 윤곽을 드러낸 만큼 철저한 검찰 수사까지 더해지면 뒤틀렸던 사실관계와 감춰진 진실이 30여 년의 세월을 뚫고 명확히 규명될 것으로 기대한다. 

주목할 것은 무고한 시민이 어떻게 성폭행·살해범으로 몰렸는지, 이 과정에서 검찰과 경찰 등 국가기관이 무슨 잘못과 실수를 했는지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 

그러나 검찰이 직접 조사를 하겠다고 나선 배경이 마냥 순수해 보이지만은 않는 데다가 수사권 조정을 코앞에 둔 검·경이 벌써 신경전 조짐을 보여서다.

더욱이 검찰은 직접 조사 방침을 경찰에 통보하지 않은 것은 물론,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이춘재를 수원구치소로 이감한다는 사실조차 알리지 않았다. 이 사실을 모른 채 이춘재 조사를 위해 부산교도소를 찾았던 경찰이 분통을 터뜨리는 건 당연하다. 

게다가 검찰은 경찰보다 한발짝 앞서 이춘재의 실명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이춘재라는 이름 자체는 이미 언론을 통해 알려져 있었지만, 수사기관이 공식적으로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경찰이 다음 주에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를 열 예정이어서 결과적으로 검찰에 선수를 빼앗기고 말았다.

검·경 모두 제 눈의 들보는 외면하고 남의 눈의 티끌만 헤집는 어리석음을 범한다면 이는 국민적 권한을 남용하는 것임을 알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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