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정 칼럼] 2020년, 리스크 관리가 외교안보의 최우선순위
[임은정 칼럼] 2020년, 리스크 관리가 외교안보의 최우선순위
  • 임은정 공주대 국제학부 교수
  • 승인 2020.01.06 16: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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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않을 것 같았던 2020년이 왔다. 

딱 떨어지는 같은 숫자가 반복되어서인가, 이 숫자를 보고 있노라면 비현실적이란 생각과 함께 왠지 모를 설렘이 마음 한편에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라오는 듯하다. 

올 해는 좀 살림살이가 나아졌으면 하는 것이 매년 이 맘 때쯤 누구나 갖게 되는 바램이겠지만, 올 2020년은 유난히 그 바람이 간절하게 다가온다.

기실 세기말 같았던 2019년의 피로가 과중했던 듯하다. 그런데 지구본을 돌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런저런 일들을 보고 있노라니 설렘이 이내 사그라진다. 

짙은 우려와 옅은 희망 속에 기다리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는 발표되지 않은 채, 북한은 ‘모든 난관을 정면돌파전으로 뚫고 나가겠다’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의 결과를 발표하며 이른바 '백두정신'으로 재무장하겠다는 선전 영상으로 신년을 열었다. 

미국은 새해벽두부터 이란의 영웅적인 인물인 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의 솔레이마니 총사령관을 공습으로 제거하는 실로 과감한 작전을 단행했다. 작년 한 해 세계경제를 위태롭게 했던 미중 무역전쟁이 가까스로 봉합되려 하는 시점에, 중동에서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올 한 해 국제정세가 전쟁의 화염에 휩싸일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뉴욕 대학의 브루스 부에노 데 메스키타(Bruce Bueno de Mesquita) 교수는 2016년에 출판한 <전쟁의 전리품들: 미국의 가장 위대한 대통령들을 만든 탐욕과 권력, 그리고 분쟁들(The Spoils of War: Greed, Power, and the Conflicts That Made Our Greatest Presidents)>이라는 책에서 역사적으로 존경 받아 온 미국의 대통령들이 전쟁에 임하게 되는 동기가 이상적인 가치나 신념이라기보다는 극히 개인적이거나 정치적인 이익이었다는 것을 역사적으로 검증, 주장하고 있다.

2020년 4월에 한국에서는 총선이 있고, 11월 미국에서는 대선이 있다. 민주국가에서는 국가의 안위를 좌우할 외교안보정책조차 국내정치의 치열한 표계산에 함몰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약점을 갖고 있는 것이 불편한 진실이다. 

올 한 해 우리 사회 역시 안팎으로 몰아치는 거친 파도를 항해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시국에 가장 최우선시 되어야 할 것은 역시 리스크 관리라고 하겠다. 

우리 경제에 미칠 수 있는 손실을 최소화시키는 것에 우리 외교안보정책의 총력이 모아져야 할 것이다. 동맹국과의 관계가 흔들리지 않도록 관리하면서, 우리에게 우호적인 국가들과 친선관계의 저변을 지속적으로 넓혀가야 한다. 문화·예술·스포츠 교류나 인적 네트워크의 확대 등, 소프트파워를 활용한 공공외교에도 힘을 써야겠다. 

올 한 해 대한민국호가 거친 국제정세의 소용돌이를 슬기롭게 빠져나가, 앞으로의 20년, 30년을 착실하게 대비하는 한 해로 삼아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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