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외교안보 전략 수정에 나서야 한다
[사설] 외교안보 전략 수정에 나서야 한다
  • 충남일보
  • 승인 2020.01.14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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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 김계관 외무성 고문이 대화 조건을 한층 높여 담화를 내놨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생일 축하 메시지를 보내자 답을 한 것이다. 그는 “일부 제재 완화와 핵시설을 바꾸는 협상은 이제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화하려면 미국이 우리의 요구를 전적으로 수용해야 하고 수뇌의 친분에 기대지 말라”고 못을 박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협상의 동력이던 톱다운 접근을 다시 시도했는데도 이를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충격적 실제 행동” 같은 위협 발언을 꺼내지 않았고, 대선의 미국 내부 사정을 이해한다는 투의 언급도 했다. 당분간 관망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셈이다. 미국을 향해 나름대로 강약을 조절한듯 했으나 한국을 겨냥해서는 조롱과 비난으로 여전했다.

트럼프의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했다는 청와대는 “미국 대통령의 친서로 직접 전달받은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북측은 “북측일에 끼어들었다가 본전도 못 챙긴다”는 등의 노골적 표현으로 비아냥거렸다.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사에도 무반응으로 일관한 북한이 새해 처음 내놓은 대남 메시지였다. “김정은 답방”을 말하는 문 대통령과의 인식과 간극이 커도 너무 떨어졌다. 이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북한이 손을 내밀면 우리는 또 감동해야 하는 것일까?

김 위원장의 답방이 성사되기라도 하면 이런 조롱의 언어는 다 잊고 환영하면 되는 것일까? 판문점과 평양 회담에서 한민족을 강조하다 이렇게 돌변한 북한을 우리가 다시 신뢰해야 할 근거는 무엇일까?

지금 남북 관계의 행태는 우리가 자초한 측면이 없는지 진지하게 살펴봐야 한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비핵화 사기’에 속았다는 심정인데 오히려 자신들이 기만당했다는 식으로 큰소리를 치고 있다.

북한은 특유의 벼랑 끝 전술과 생떼 부리기를 접고 당장 비핵화 협상에 응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대선 시계를 감안하면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메아리 없는 외침처럼 들리는 ‘평화경제’와 ‘김정은 답방’에만 매달려서는 이 난관을 헤쳐 갈 수 없다.

상대방의 전략이 바뀌었는데도 우리도 과거 전략을 고집해선 안 된다. 북한은 미국에는 대화의 벽을 높이면서 남한에는 모욕적 언사로 망신 주는 양수겸장을 부른 셈이다. 

남북관계 개선에만 올인하는 사이 한미 간의 신뢰가 금이 가는 것도 복원해야 한다. 때문에 청와대는 북한과의 대화만 집착하는 외교안보 전략의 전면적인 궤도 수정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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