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칼럼]4·25 재보선과 정당정치의 후퇴
[월요 칼럼]4·25 재보선과 정당정치의 후퇴
  • 한나라당 전국위원회 김학원 의원
  • 승인 2007.03.25 1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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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5일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일부 정당들이 취하는 행태가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아직도 지역주의에 의지하려 하고, 지지도가 낮다고 아예 공천을 포기하려는 후진적인 정치 행태가 국민들에게 좌절감마저 안겨주고 있는 것이다. 일부 정당들의 이러한 정치 퇴행이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과 낙담을 더욱 심화시키고, 나아가 국민들이 정치를 아예 외면하게나 하지 않을까 참으로 걱정된다.
며칠 전 민주당이 전남 무안·신안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홍업씨를 공천한 것은 한마디로 삼류 코미디다.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김씨에게 전략공천이라는 명목으로 임명장을 수여한 민주당이나 공천을 준다하니 부랴부랴 입당 절차를 밟은 김씨 모두 볼썽사납기는 마찬가지다.
먼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둘째 아들인 김홍업씨는 부친의 대통령 재임 시 이권청탁과 정치자금 명목으로 47억여 원을 수수한 혐의로 실형선고를 받았다. 비록 그가 사면복권되기는 했지만 그의 비리사건은 아직도 국민의 기억 속에 뚜렷이 남아있다. 그런데도 정치적, 도덕적 책임을 느끼고 자숙하기는커녕 ‘민주·평화 세력의 통합’이라는 황당한 출마의 변으로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부친의 고향인 신안·무안 지역에서 출마하겠다는 것은 아버지의 후광과 지역주의를 등에 업고 정치를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참으로 염치없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김씨가 당원도 아니고, 공천신청도 하지 않았는데 그를 공천하겠다는 민주당의 행태 또한 비판받아 마땅하다. 민주당이 김대중 전 대통령과는 ‘혈연관계’라고까지 주장하며, 당내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고 김씨를 일방적으로 낙점한 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이용해 지역주의의 덕을 보겠다는 구시대적 행태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는 수권정당을 지향하는 공당임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으로 정당정치의 근간을 훼손하는 참으로 부끄러운 행위다.
지금은 집권여당의 지위를 잃어버렸지만 아직도 국회의원 108명을 거느린 거대 정당인 열린우리당의 정치 행태는 아예 할 말을 잃게 만든다. 무안·신안 지역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민주당의 눈치를 보느라 독자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한다. 지역주의 타파를 명분삼아 출발한 정당이 4년도 안되어 지역주의에 스스로 굴복해 후보조차 내지 않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여론조사 지지도가 신통치 않다고 대전 서구 을과 경기 화성 지역에서 자체 후보를 내지 않고 타당 후보나 무소속 후보를 지원하겠다고 한다. 이런 기회주의적인 정치적 담합, 야합 행태가 바로 그들이 그토록 개혁하겠다고 외치던 수구정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무릇 정당은 공직선거에서 최적·최선의 후보자를 공천하여 유권자의 선택을 받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당으로서 공천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은 자신의 존재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지역주의에 올인하거나 공천을 스스로 포기하는 정당은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나아가 올 대선에서 국정을 맡겨달라고 국민들께 호소할 자격이 없다. 이런 정당이 정치 전면에 포진해 있는 한 우리의 정치발전은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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