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철 칼럼] 봉준호 영화속 '반지하 냄새'
[김인철 칼럼] 봉준호 영화속 '반지하 냄새'
  • 김인철 대기자
  • 승인 2020.02.11 1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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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밑도 아니고 지상도 아닌 공간 절반만 땅밑에 있다하여 붙여진 이름이 반지하다. 그런데 이번엔 전세계 매스콤들이 한국영화가 보여준 반지하를 조명하느라 법썩이다.

이들 외신들은 햇빛도 잘 들지 않는 반지하 주택의 역사적 연원을 따져 들어가는가 하면, 실제로 반지하 주택을 찾아가 거주자들을 인터뷰하는 등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봉준호 감독이 선사한 영화 기생충때문이다. 말 그대로 숙주를 통해 기생하는 벌레가 기생충이다. 영화 ‘기생충’은 먹이사슬의 고리를 빗대어 빈부격차를 고발하는 영화다. 이런 공통인식은 따지고 보면 민주사회건 어디건 옛이나 지금이나 예외없이 적용돼 온 빈부격차를 가리킨다는 점에서 이를 빗대어 표현한 영화가 세계인을 움직였다.

이 기생충이 한국 영화 101년 역사를 뒤흔든 대사건으로 기록되게 됐다. 아카데미영화상 6개부문 노미네이트에 4개부문 수상의 쾌거를 이룬 때문이다. 그 감동이야 한국인이면 누구나 감격했을 것이지만 영화인들은 오죽 했을까 싶다. 봉 감독의 ‘밤새 술을 마셔야겠다’는 말만 들어도 이는 축배를 드는 일이니 참으로 기쁜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분위기 깨는 소리도 좀 해야겠다. 같은 시각 누군가 그랬다. 한국문화의 100년 만에 찾아 온 경사로 잊을 수 없을정도로 기쁘지만 같은 역사를 가진 정치문화는 말 그대로 시궁창 그대로라고 했다고 한다. 이 말을 한 정객은 정작 그마저도 이 시궁창에 들어가 있는 분이다.

그런 정치인들이 4월 총선을 향해 날빛 선 개(愾)소리를 하고들 있다. 정권 심판이 필요하다며 대통령을 탄핵하자는 것이다. 주택보급율이 100%를 넘지만 내집가진 사람은 60%에 불과하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고 서울의 현실이다. 세계인이 주목한 반지하에는 수천, 수만 명이 살고있다.

영국 공영방송인 BBC는영화 기생충의 쾌거를 계기로 ‘서울의 반지하에 사는 진짜 사람들’이라는 제목의 ‘르포’ 기사를 10일(현지시간) 실었다. 이 기사에는 실제 반지하에 사는 사람들의 인터뷰는 물론 생생한 사진도 곁들여 이해를 도왔다.

BBC는 “영화 기생충은 허구의 작품이지만 반지하는 그렇지 않다”며 “한국의 수도 서울에 있는 수천 명의 사람이 여기에서 산다”고 소개했다. “빛이 거의 없어 다육식물도 살기 힘들고 사람들은 창문을 통해 들여다볼 수 있다. 10대들은 그 앞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땅에 침을 뱉는다. 여름에는 참기 힘든 습기와 빨리 퍼지는 곰팡이와 싸운다.”

30대 초반 오기철 씨가 사는 반지하 주택을 묘사한 글이다. 그러면서 BBC는 서울에서의 반지하는 수천 명의 젊은이가 열심히 일하고 더 나은 미래를 희망하면서 살아가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희망을 주지못하는 정치권이 선거를 앞두고 표를 달라며 하는 소리가 고작 ‘대통령 탄핵’이다. 물론 대통령이라도 잘못한 일이 있으면 댓가를 치루는 것이 맞다. 그렇더라도 좀 설득력있는 이유를 말해야 국민들이 알아듣지 않을까 싶다.

여당도 마찬가지다. 열심히 하라고 대통령을 뽑아 준 국민들을 위해 그동안 건건이 잘한 일이 별반 없어 보인다. 사사건건 반대만 해 온 야당은 그렇다치더라도 정작 정권을 이양해 준 국민들에게 뭐라도 내세워야 총선에서 표를 달라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나마 돈 된다는 중국이지만 역병이 발생해 돈줄 막히고 도움안되는 일본에게 시달리면서 야당에게 신소리까지 듣는 당사자 심정은 오죽할까 싶다.

그런 여당이 요즘 반지하에서 사는 사람들과 같은 심정일까 싶기도 하다.

BBC는 한국의 반지하와 관련 1968년 북한의 청와대 습격 사건 등을 계기로 고조된 남북 간 긴장 속에서 한국 정부가 1970년 건축법을 개정해 국가 비상사태 시 모든 신축 저층 아파트의 지하를 벙커로 사용할 것을 의무화했다고 소개했다.

이런 반지하 공간을 사람이 사는 공간으로 임대하는 것은 불법이었지만, 1980년대 주택 위기가 찾아오면서 정부는 이 공간을 거주 시설로 합법화했다. 반지하가 치솟는 집값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이 됐다는 것이다.

그런 반지하가 지금은 가난의 상징이 되어있다. 영화는 대사중 이를 ‘반지하 냄새’로 표현하고 있다. 썩은듯 퀴퀴한 냄새. 지워지지 않는 불쾌한 냄새. 그것이 반지하사람만 모르는 반지하사는 사람들의 냄새다.

정치권이 풍기는 냄새와 아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정작 자신들은 그 냄새를 맡지 못하는 그런… 냄새다. 반대의 성격도 있다. 이태원을 가면 그런 공간이 근사한 카페로 바뀐 곳이 적지않다. 

이곳은 사람들이 찾는 것이고 또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다. 그러니 반지하가 문제가 아닌 것이다. 그곳에 담긴 사람이 문제다. 그러니 정치권도 이제 변해야 한다. 그러려면 자신들 몸에서 반지하 냄새가 난다는 사실부터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반지하 냄새를 지울 수 있다. 그런 연후라야 새로운 향기. 사람이 모이는 장소로 바뀌는 것이다. 그 마지막 기회가 이번 총선이다.

여든 야든 정치인이라면 모두 이번 총선을 출마해 먼저 자신의 퀴퀴한 냄새부터 인정하고 이를 바꾸겠다는 확신을 주지 않으면 결코 표를 얻을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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