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적 마스크가 공적(公敵)의 상황이 됐다
[사설] 공적 마스크가 공적(公敵)의 상황이 됐다
  • 충남일보
  • 승인 2020.03.15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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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의료진 마스크 부족에 대해 “의료진이 좀 더 넉넉하게 재고를 쌓아두고 싶은 심정에서 부족함을 느끼는 것”이라고 의료인을 서운하게 하는 답변했다.

의료진들 사이에선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발언”이란 불만이 터져나왔다. 우한폐렴 확진자를 돌보느라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에게 방역의 사령탑인 보건부 장관으로서 가볍게 할 소리인가?

국민들의 불평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게 현실이다. 우한폐렴은 전국으로 감염되고 있어 당혹스러워 겁에 질린 국민들은 ‘공적(公的)’ 마스크 2장을 사기 위해 불편한 몸을 지탱하며 약국을 기웃거리거나 긴 행렬에서 언제까지 싸움을 해야 하는지 기약이 없다.  

마스크 대란은 정부가 마스크 착용 권고 내용을 왜곡시켜 만들어낸 인재다. 마스크를 패션용품으로 착각하는 당국자에게 마스크의 수급은 애초부터 관심을 두지 않했기 때문이다.

마스크에 매달리지 않은 것이 잘못이다. 신종플루 때는 감염이 본격화되고 나서야 보건용 마스크가 소개됐다. 메르스 때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마스크 광풍은 바이러스가 아니라 미세·초미세먼지에서 시작됐다.

미세먼지가 악화될 때마다 공중보건 전문가들이 KF80(황사용)이나 KF94(방역용)의 착용을 강력하게 권고했다. 우한폐렴이 심각하자 청와대 정책실이 오랜 고민끝에 만든 것이 ‘마스크 5부제’다. 

시행 후 부작용을 보면 민망할 정도로 어설프고 비현실적인 졸작이다. 대통령까지 나서 ‘대리구매 범위를 확대하라’는 보완 지시가 내릴 정도였다. 또 개당 1500원씩 약국에서 팔고 있는 공적 마스크의 유통업체에 대한 특혜 논란까지 불거져 국민들을 더욱 분노케 했다.

청와대 정책실이 ‘5부제’를 구상하는 과정에서 2400만명에 이르는 비경제활동인구 등을 염두에 두지 않한 것도 잘못이다. 또 하루 총 생산량 1400만장으로 확대해도 5100만 국민에게 매주 2장의 마스크를 공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공적 마스크를 사나흘씩 재사용하라는 당부도 합리적인 근거가 없다. 하루 종일 마스크를 벗을 수 없는 사람에게는 세균 증식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공적’ 마스크의 ‘공적’ 판매는 법에서 벗어난 정책을 고려할 때 ‘공적’ 마스크가 ‘공적(公敵)’이 되는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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