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월 만에 열린 학폭위... 학교-교육청, 관리체계 등 문제 드러내
13개월 만에 열린 학폭위... 학교-교육청, 관리체계 등 문제 드러내
사건 발생 2년 지나 징계?… 고등학생된 특기생 “대학 입시 어떻게… 막막”
  • 김일환 기자
  • 승인 2020.03.18 13: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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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충남일보 김일환 기자] 대전지역 한 중학교에서 3주의 진단의 학교폭력 사태가 벌어졌으나 해당 학교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1년여 만에 열려 논란이다.

이 같은 사실은 폭행 당시 중학생 신분이었으나, 고교생이 된 후 학폭위가 열리는 바람에 생활지도기록부 기록으로 남게 돼 불이익을 받게 된 가해 학생에 의해 알려지게 됐다. 학교 측과 교육청의 보고체계와 관리·감독의 문제점을 드러낸 셈이다.

학교 측과 교육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1월 30일 대전 A 중학교 2학년 D모군(당시 14세)이 타학교 동급생인 K모군(당시 14세) 등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이로 인해 D군은 비골 골절, 구강 내 열상, 요배부 염좌, 다발성 타박상 등의 3주 진단의 상해를 입었다.

당시 현장에 이학교 상급생과 하급생, 그리고 타 학교 학생들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폭행을 행사한 K군과 이를 종용한 또다른 K모군(당시 15세), 대전 C 중학교 3학년 H모군(당시 15세)은 출동한 경찰로부터 조사를 받았다.

◇ 학교 측 사건 알고도 2개월 이상 방치… 피해 부모 교육청 신고로 사건 수면위

학교 측은 폭력 사건 이후 해당 학생들이 경찰 조사를 받았음에도 2개월 이상 방치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통상적으로 학교 내 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사건 발생 후 즉시 해당 교육청에 유선보고를 하게 돼 있으며 이후 서면보고 제출과 학폭위 등을 열게 돼 있다.

그런데도 A 중학교는 교육청 보고는 물론 즉각적인 학교폭력 전담기구 구성과 이에 따른 조사도 없었다. 피해 학생에 대한 긴급 보호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피해 부모가 지난해 4월에야 이 사실을 대전시교육청에 신고해 이를 학교에 전달하고 해당 사항에 대해 알렸다. 이후 올해 2월까지 학교 측이 보고하기 전까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A 중학교 교장은 “사건 발생은 봄 방학 바로 직후로, 사건 이후 본인과 교감이 새로 부임했고 학생지도 부장도 새로 바뀌어 이 사건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다”면서 “전임자가 보고하지 못한 건 새로 부임한 교장과 교감에 이 같은 사실을 보고하기가 어렵지 않았겠나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폭력 건 같은 민원이 매우 많이 접수된다”며 “이후 학교 측에서 피해 학부모가 현재로서는 신고를 거부하고 있다고 해 보고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고 책임을 피해 학부모와 학교 측에 떠밀었다.

◇ 피해 부모 왜 학교 측에 항변 없었나… 2개월 지난 시점에 교육청 신고 왜?

지난해 4월 A 중학교에서 교권보호위원회가 열렸다. 교권위는 교육 활동 침해 학생에 대한 징계와 피해 교원 보호를 위한 조치다.

교권위 징계 대상에 폭행피해 학생 D모군도 포함됐으며, 이로인해 학부모는 학교 측에 즉각 반발했다. 학폭위는 열지 않으면서 교권위는 왜 여는 것이냐며 항의했다. 이 징계에서 폭행피해 학생은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장은 “교권위가 열렸지만 D모군은 단지 옆에 있었던 학생으로 징계는 하지 않았다”고 에둘러 설명했다.

학교 측의 늦은 신고나 부실로 다소 늦은 학폭위는 종종 있는 일이다. 하지만 학폭위가 13개월여 만에 열리고 진학 후 열린 건 전국 최초 사례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4월 학교 측과 교육청이 사건을 인지하고도 8개월이 지난 올해 2월 18일이 돼서야 학폭위가 열렸다.

피해 학생 측이 지목한 폭행 가담자는 17명으로 3개 중학교에서 9개 중고교로 늘었다. 당시 중학교 2학년은 고교진학을 앞두고 있고 3학년은 고교 2학년 진학을 앞두고 있다.

학교와 교육청 측은 이 같은 학폭위 지연은 피해 부모의 ‘거부’ 의사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폭행 가담자를 알아내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이를 위해 경찰 조사가 필요하고 이를 증명할 서류 제출을 위해 민사재판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개인 사정도 있었다. 피해 학생 부모 측의 교통사고도 있었다고 한다.

◇ 학폭위 징계 12명… 고교생 4명도 포함

피해 학생 측이 지목한 학생은 중고교 17명이다. 피해 학부모 측은 학교명과 이름을 학교에 알렸다. 학교는 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적 조사를 시작했다. 학교명과 이름만 받은 터라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그중 1명은 조회가 되지 않아 혐의에서 빠졌다.

조사 결과 징계를 받은 학생은 12명으로 5명은 ‘조치 없음’, 3명은 1호 처분(서면사과), 4명은 1호처분을 포함한 2호(접근 금지), 3호(학교에서의 봉사) 등을 받았다.

문제는 생활지도기록부(이하 ‘생지부’)다. 고교진학을 앞둔 8명은 중학교 생지부에 남아 입시에 문제가 없지만, 고교 2학년 진학을 앞둔 4명은 고교 생지부에 기록되고 징계도 해당 고교에서 내리기 때문에 입시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조치에 대한 불복도 어렵다. 조치는 해당 고교에서 하므로 해당 고교와 행정소송을 해야 한다. 학교 측에서는 달가워할 이유가 없다.

더욱이 이 중 2명은 운동을 하는 특기생으로 입시 자체가 어려워진다.

이에 대해 가해 학생 측 부모는 “폭력은 정당화할 수 없다. 잘못은 잘못이다”며 “하지만 중학교 때 벌어진 일을 고교에 영향을 줘 입시를 어렵게 한다는 건 억울한 일”이라고 말했다.

◇ 3월부터 학생부 기재 조건부 유예제 시행... 교육청 몰랐나

전문성 부족 문제로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갈등만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던 학폭위가 개별 학교에서 교육지원청으로 옮겨진다. 비교적 가벼운 학교폭력 사안에 대해서는 학교 내에서 자체 해결이 가능하도록 하고, 학교 생활기록부 기재도 조건부로 유예해주기로 했다. 이 제도는 3월 1부터 시행됐다.

이번 학폭위가 늦어진 이유가 학교-교육청 관리체계 문제 등에서 비롯된 잘못을 인정하고 이 제도 활용을 위해 노력해야 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폭력 피해 학생을 만들고 가해 학생들 역시 입시 등 불이익으로 피해자로 만들고 양산했다는 점은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학교·교육청 관계자는 “이러한 사례는 처음이다. 고교 징계로 해당 학생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며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하지만, 관련 법상 이를 돌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입을 모았다.

현재 가해 학생으로 지목된 학부모들은 이를 문제 삼겠다는 심산이다. 필요하다면 행정소송을 이어갈 것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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