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비례대표 위성정당 속앓이…'꼼수 경쟁'에 거센 역풍
여야, 비례대표 위성정당 속앓이…'꼼수 경쟁'에 거센 역풍
비례대표 의석, 거대 정당 '나눠먹기' 수순… 선거법 사실상 유명무실
  • 김인철 기자
  • 승인 2020.03.19 14: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플랫폼정당 '시민을위하여' 우희종(오른쪽 두 번째), 최배근(오른쪽 세 번째) 공동대표 등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한 각당 대표들이 지난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례연합정당의 출발을 알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충남일보 김인철 기자] 4·15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모두 비례대표 위성정당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선거법 개정에 반대한 제1야당 미래통합당에 이어 선거법 개정을 실질적으로 주도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까지 사실상 위성정당을 만들며 당 안팎에서 비판을 받는 등 역풍을 맞고 있다. 비례대표 의석이 꼼수 경쟁을 벌이는 거대 정당의 '나눠먹기' 수순으로 가면서 지난해 말 극심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대치 사태를 거쳐 통과한 선거법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민주당은 '시민을 위하여'를 근간으로 한 비례 연합정당 '더불어시민당'에 참여하면서 당내외의 비판론을 촉발했다. 애초 진보·개혁 진영의 시민사회 원로가 주축이 된 정치개혁연합(정개련)과 비례 연합 문제를 협의하다 지난 17일 시민을 위하여를 비롯해 4개의 원외정당과 비례 연합을 구성, 사실상 '비례 민주당'을 만들었다.

통합당의 위성 정당인 미래한국당을 '가짜 정당'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던 민주당이 지난 13일 전 당원 투표 절차를 거쳐 입장을 번복한 명분은 한국당이 비례대표 의석을 싹쓸이하는 것을 막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도의 도입 취지인 소수정당의 원내 진출을 돕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더불어시민당의 구성은 이와 거리가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시민당의 플랫폼인 시민을 위하여에 참여하는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가자환경당, 평화인권당 등이 대부분 올해 급조된 신생 정당들이기 때문이다. 이에 민주당이 자신들이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는 비례 정당을 만들기 위해 원외 신생정당들을 방패막이로 썼다는 지적이 당내에서 조차 나오고 있다.

범진보 진영도 양분됐다. 당장 민주당과 정개련은 협상 과정을 서로 공개하면서 참여정당 문제와 의석 배분 문제 등을 놓고 진실 공방까지 벌이는 모습이다. 또 녹색당은 독자 완주를 선언했고 미래당의 참여도 사실상 물 건너간 상태다.

선거법 개정에 반대했다는 명분으로 일찌감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만들었던 통합당은 한국당 비례대표 공천 명단 교체를 놓고 갈등이 격화됐다. 발단은 통합당이 보수통합 이전인 자유한국당 시절부터 이번 총선에 대비해 영입했던 인재의 대다수가 한국당의 공천 후보 명단에서 배제된 것이다. 

한국당이 당선권에 통합당의 영입 인재로 정선미 변호사(17번)만 포함하면서 통합당에서 '공천 쿠데타'라는 말까지 나오는 등 반발이 격화됐다. 특히 '비례대표 1번'으로 거론되던 윤봉길 의사의 장손녀 윤주경 전 독립기념관장이 21번을 받은 것 등이 통합당의 분노를 키웠다.

이에 한국당 공관위는 최고위의 재의 요구라는 형식을 통해 공천 후보 명단에서 문제가 제기된 4명을 제외하거나 후순위로 조정하고 통합당 영입인재 중 일부를 앞순위로 배치하는 등의 조정안을 만들었으나 통합당은 여전히 불만족스럽다는 입장이다. 

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 열망과 기대와 먼 결과를 보이면서 국민에게 큰 실망과 염려를 안겨드리게 됐다"며 "이번 선거의 의미와 중요성을 생각할 때 대충 넘어갈 수 없다. 단호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당의 공천 명단을 완전히 부결시킨 뒤 새로운 명단을 작성하거나 경우에 따라 한국당이 아닌 새로운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창당 가능성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여야가 인물 경쟁 대신 꼼수 경쟁을 벌이면서 각 분야 전문가 등을 선발해 국회 구성의 다양성을 확대한다는 애초 비례대표 제도의 취지는 크게 퇴색하게 됐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