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AI드론 SW, 美 항공청 ‘최고 안전등급’ 획득
ETRI AI드론 SW, 美 항공청 ‘최고 안전등급’ 획득
가상화 기술로 한 장치서 비행 제어, AI 기반 임무 동시수행
  • 최선민 기자
  • 승인 2020.03.31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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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RI 연구진이 개발한 SW를 적용한 AI드론을 시연하는 모습. 왼쪽부터 김경일 책임연구원, 이수형 책임연구원, 김법균 책임연구원 (사진제공=ETRI)
ETRI 연구진이 개발한 SW를 적용한 AI드론을 시연하는 모습. 왼쪽부터 김경일 책임연구원, 이수형 책임연구원, 김법균 책임연구원 (사진제공=ETRI)

국내 연구진이 인공지능(AI) 드론에 적용 가능한 운영체제의 핵심 기반 소프트웨어(SW)를 개발,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성 평가를 받았다.

이로써 4차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이라 할 수 있는 자율비행 드론, 사람이 탑승하는 드론 등 차세대 드론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지난달 하나의 장치에서 여러 운영체제(OS)가 동시에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가상화 기술인 ‘어스(EARTH)’를 개발, AI드론에 적용해 성공적인 비행시험을 마쳤다고 31일 밝혔다.

‘어스’는 미국 연방 항공청(FAA) 심사관(DER)으로부터 안전성 시험 과정을 거쳐, 국내 기관 중 최초로 ‘DO-178C Level-A’를 인증받는 데 성공했다.

드론에는 크게 두 가지 필수 SW가 있다. 하나는 비행을 제어하는 SW이며 또 하나는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는 SW다. 비행제어 SW는 실시간으로 즉각 반응하는 능력이 필요하고 임무수행 SW는 AI 미션과 같은 고성능 계산 능력이 필요하다.

기존에는 비행제어 SW와 임무제어 SW가 서로 다른 하드웨어(HW)에 탑재됐다. 만일, 같은 HW에서 각 기능이 동시에 작동할 경우, 한쪽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기능에도 문제가 전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영상 처리 장치가 고장 나면 비행 담당 기능도 정상적인 작동을 못하고 드론이 추락해버리는 식이다.

올해 2월 원내 국제회의장에서 미국 항공청으로부터 DO-178C 레벨A인증을 받은 이후 촬영한 기념 사진. 왼쪽에서 6번째 부터 미국 FAA 심사관 소속 인증센터 빌 세인트클레어 센터장, 조나단 켈리 스페셜리스트, 임채덕 책임연구원 (사진제공=ETRI)
올해 2월 원내 국제회의장에서 미국 항공청으로부터 DO-178C 레벨A인증을 받은 이후 기념사진 촬영 모습. 왼쪽에서 6번째부터 미국 FAA 심사관 소속 인증센터 빌 세인트클레어 센터장, 조나단 켈리 스페셜리스트, 임채덕 책임연구원 (사진제공=ETRI)

하지만 하드웨어를 별도로 두게 되면 기체가 무거워지고 전력소모도 많아지는 단점이 있다. 실시간 비행 제어와 빠른 계산 능력 등 고성능과 안전 모두를 확보해야 하는 AI 드론이나 탑승형 드론의 경우, 그 한계점이 더욱 부각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ETRI 연구진은 가상화 기술을 이용, 난관을 극복했다.

가상화 기술은 하나의 컴퓨터에 윈도우와 리눅스처럼 서로 다른 운영체제가 동시에 돌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덕분에 장비 2개를 별도로 둘 필요 없이 한 장치에서 두 가지 기능이 통합돼 안정적으로 구동되도록 만들 수 있고 하나의 보드에 탑재가 가능해 장비 경량화도 이뤘다.

연구진이 개발한 ‘어스’는 64비트 멀티코어를 지원한다. 또 별도 HW에서 구동 시 임무 SW에서 비행제어 SW로 명령을 전달하는 지연시간이 1ms(밀리초)인데 반해 ‘어스’는 33.8㎲(마이크로초)이다. AI와 같은 고성능 응용 구동의 경우에도 가상화로 인한 오버헤드(어떤 처리를 하기 위해 들어가는 간접적인 처리 시간 · 메모리)가 3% 미만으로 기술이 우수하다.

아울러, 연구진의 기술이 획득한 등급은 세계 최고 수준의 비행 SW 안전성 기준을 충족한다. 레벨A 수준의 등급은 유인 항공기를 비행하거나 엔진을 제어하는 것처럼 작은 오류라도 발생하면 자칫 재난 수준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필수로 받아야 하는 인증이다. 유인기 적용 대상 중 최상위 단계다.

연구진은 그동안 ▲듀얼 OS ▲항공 운영체제 ▲초소형 운영체제 등 자동차, 비행기, 사물인터넷 등에 활용되는 임베디드 SW/HW 관련 연구를 지난 20여 년간 진행해오며 축적된 기술역량을 바탕으로 본 안전성 등급을 받을 수 있었다.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은 AI 드론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한 유인 탑승 드론, 자율주행 자동차, 지능형 로봇 등에 적용도 가능하다. 연구진은 보잉, 에어버스와 같은 상용 여객기에 적용되는 최상위 수준의 인증을 받은 이유도 향후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것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TRI 고성능디바이스SW연구실 임채덕 박사는 “연구진이 개발한 ‘어스’는 최종적으로 TSP(시공간 분할) 커널 기반의 SW 이중화는 물론, 하드웨어 플랫폼 다중화를 통한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더욱 높은 수준의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연방 항공청(FAA) 스티브 모턴(Steve Morton) 심사관도 “ETRI의 기술이 성공적인 인증평가를 받았다는 것은 비행안정성에서 상당한 기술적 우위를 갖는다는 의미다. 드론에 활용 가능한 기반 SW로 세계적 수준이며 향후 AI드론을 포함한 해당 산업 발전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향후 비행 백업 제어 기능을 하는 경량 HW를 드론에 탑재해 안정적으로 구현하고 차세대 드론에 필요한 기술을 연구하면서 기술 이전 및 상용화를 위한 노력도 지속할 예정이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안전한 무인이동체를 위한 ICT 기반 기술 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연구진은 지난 2017년부터 이 사업을 통해 SCI 논문인 IEEE 엑세스(Access)에 발표했고, 핵심 기술 특허 3건을 출원했다. 한편, 드론 관련 산업시장은 오는 2026년 130억불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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