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일보 김일환 기자] “나와 같은 또래가 상상할 수도 없는 끔찍한 일을 당했다. 너무 화가 나 참을 수가 없다.”
N번방사건에 대해 10대들의 분노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익명 고민 나눔 앱 ‘나쁜 기억지우개’가 지난 31일 자체적으로 실시한 ‘N번방 사건에 대한 10대 의견 온라인 조사’에 참여한 10대 설문조사 참여자 90% 이상이 해당 사건에 분노를 토했다.
나쁜기억지우개 조사 결과에 따르면 ‘N 번 방 사건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설문 참여자들의 62%가량이 ‘N번방’ 사건 전말을 상세하게 알고 있다고 답했고, ‘N번방 사건이 얼마나 큰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약 76%가 해당 사건이 사회 전반에 아주 큰 악영향을 끼쳤다고 답했다.
설문에 참여한 10대 대부분은 분노와 두려움을 느낀다고 답하고, 가해자에게는 극심한 비난과 분노를, 피해자에게는 안타까움과 미안함을 표했다.
이들은 ‘N번방 사건에 대해 처음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냐’는 질문에 ‘분노했고, 화가 치솟아 견딜 수가 없었다’ ‘당황스럽고 무서웠다’ ‘(가해자가) 인간으로서 어떻게 저런 짓을 할 수 있는지 놀랍고 경악스럽다’ ‘사회가 잘못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등 다양한 의견을 냈다.
N번방 피해자에 대해서는 ‘불쌍하고 안타깝다’ ‘사회가 더 상처받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 ‘죄책감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대부분이 반면, 일부 ‘일탈계 등 위험한 행동을 하는 또래 친구들이 경각심을 느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편 가해자에 대해서는 ‘인간이 아닌 악마다’ ‘무기징역을 받아도 화가 풀리지 않을 것 같다’ ‘내 옆에 있을까 봐 무섭다’ ‘주도한 범인과 함께 시청한 동조자도 범죄자다’ 등 비난과 강력한 처벌 요구에 목소리를 냈다.
또 ‘N번방 사건이 발생한 원인이 무엇이라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잘못된 성적 요구 해소법을 배운 것’ ‘사이버 성범죄에 무관심한 사회와 정부 탓’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삼는 사회 관념’을 꼽았다.
설문 참여자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디지털 성범죄 법안이 개선되고 모니터링 시스템을 강화하길 원하며, 사회가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의 위중함을 깨닫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쁜기억지우개 이준호 대표는 “또래가 성범죄 대상이 됐다는 데 대한 10대 청소년들의 정신적 충격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크고 심하다”며 “이번 N번방 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언론과 뉴스에서 다루는 이야기들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역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나쁜 기억지우개가 실시한 ‘N번방 사건에 대한 의견 조사’는 총 823명이 참여했다. 그중 93%가 10대였으며, 77%가 여성이었다. 설문조사는 앱 내 이용자를 대상으로 했으며, 구글 설문지를 이용해 답변을 받았다. 해당 설문조사 전체 자료는 나쁜기억지우개 홈페이지 내 블로그에서 확인 가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