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시론] 지원 기쁨못지 않게 재원 확보도 고심하라
[충남시론] 지원 기쁨못지 않게 재원 확보도 고심하라
  • 임명섭 주필
  • 승인 2020.04.01 1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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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한 일이지만 코로나19의 경제 충격파는 끔찍하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금융시장 초토화에 이어 실물·심리 지표의 동반 폭락이 무섭다. 상황이 이런데도 현실은 딴판이다. 정부의 코로나 대책으로 ‘돈 풀기’가 야단법썩이다.

총선이 임박한 상황에서 경제 대책인지, 총선 대책인지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긴급재난지원금이 소비를 떠받치는 데 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중하위 소득 가구에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확정한 것은 잘 했다.

지급 대상도 전체 가구 중 상위 30%를 제외한 소득하위 70%의 1400만 가구에 대해 혜택이 주겠다는 것이다. 지급 액수도 1인 가구 40만원, 2인 60만원, 3인 80만원, 4인 이상 100만원으로 책정됐다.

소비 촉진을 위해 전자화폐나 상품권으로 지급할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 생계를 지원하고, 국민이 위기극복에 함께 나선 데 대한 위로와 응원이 필요하다며 지급 배경을 밝혔다. 

물론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데 반대하는 목소리는 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 일부의 비판적인 면은 없지 않다. 긴급재난지원금의 지급보다는 기준이 불분명해 빚어지는 ‘혼란’에 주목할 필요는 있다. 사람들의 관심은 자신이 대상에 포함되는지 여부다. 그리고 소득을 추정하는 방법도 여러가지인데 정부는 그 기준을 어떻게 할지가 궁굼하다. 지금 시행되고 있는 노령연금만 해도 일시금을 받고 퇴직해 알거지가 됐는데도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불공편한 지급 규정이 국민을 울리고 있다.  

코로나19로 어려운 때 재난지원금을 주는 의미는 국민 모두가 좋아 하리라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 많은 돈이 후대에 빚을 떠넘기는 것이 아닌지 이렇게 해결해야 하는지가 의문이다.

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다른 사업을 없애거나 빚을 낼 수밖에 없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게다가 재난지원금의 실질적 효과도 불투명하다. 상위 계층에게 100만원은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돈이지만 하위 계층에겐 그렇지 않다.

물론 선별적 지원을 가리는데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국세청, 건강보험 전산망 등 국가 조직을 가동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렇게 하지 않고 ‘하위 70%’에게 동일한 지원을 하겠다는 것은 정치적 의도를 의심할 수 있다.  정부는 재난지원금으로 7조1000억원을 마련하기로 했고 지방정부도 2조원을 분담하기로 했다. 중요한 것은 효율적이고 정확한 집행이 관건이다. 중위 경계 선상에 놓인 가구들이 지원대상에서 빠질 경우 반발이 생길 여지는 많다.

노령연금 지급 규정 처럼 작은 행정 착오가 정책에 대한 불신을 불러올 수도 있다. 밑빠진 독이 생기는 마당이지만 물 부을 재원은 한정돼 있기에 급한 불을 끄면서 재정 건전성을 고민해 봐야 한다.

지금 나라의 적자국채만도 80조원을 넘는 상황이여 정책에도 눈을 똑바로 떠야한다. 우리는 국민에게 현금을 나눠 줄 수 있는 ‘금수저의 나라’는 아니다. 정부가 쓸 돈이 정해지더라도 국회 논의를 거쳐야 하는 만큼 수정·보완할 기회가 남아 있긴하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끝까지 숙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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