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忠 日 時 論]‘대북특사’ 더 진지했어야 할 사안이다
[忠 日 時 論]‘대북특사’ 더 진지했어야 할 사안이다
  • 강재규 부국장
  • 승인 2008.07.24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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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여당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의 ‘대북특사’제안을 이명박 대통령이 실질적으로 거부하면서 ‘대북특사’ 논의는 완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박 대표의 발언 이후 만 하루만이다. 그리고 박희태 대표는 24일 오전 “그런 얘기를 한 기억이 없다”고 얘기했다. 아이디어 차원에서 한 얘기하는 것도 문제고, 불쑥 내놨다가 너무 쉽게 거둬들이는 것도 모양새가 안좋다.
이 때문에 집권여당의 대표가 공개 제안한 현안해법 카드가 한낱 ‘촌극’으로 끝난것은 그냥 예사로 넘어갈 문제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일단 당내에선 박 대표가 언급한 ‘당내 훌륭한 정치인’이 박근혜 전 대표를 염두에 두고 한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었다.
차 대변인은 박 대표가 언제쯤 대통령에게 건의할지에 대해선 “빠르면 금주에 이뤄질 예정”이라고 전제한 뒤 특사후보로 의중에 있는 인사와의 접촉은 아직 안 했을 것이라고 밝혀 그런 추측을 더욱 명확하게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한편의 촌극이 되었다.
아니면 말고 식의 가벼운 제안이 아니었다면 사전에 청와대와 사전에 협의 정도는 했어야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가뜩이나 이 정부가 임기 초반부터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고, 쇠고기 등 각종 현안에 당정청 소통 부족을 지적받아온 터에 당청간의 대화 부족과 인식의 차이만 자인한 셈이 되고 말았다.
더욱이 특사로 지목된 박근혜 전 대표측 역시 “상의한 바 전혀 없다”고 말했다.
결국 아이디어 수준의 제안을 덜컥 공개해 상황만 우습게 만든 꼴이고, 집권여당의 당대표가 무책임한 발언을 한 결과가 되었다. 이문제가 곧바로 리더십의 문제로 커지지는 않겠지만 집권여당 대표의 위신도 꼴이 아니게 됐다.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도 “여당 내에서 특사가 가서 뭘할 수 있나 하는 반응이었다고 한다. 정부여당이 지금 봉숭아 학당 찍을 때인가”라며 맹비난 했다.
이 정부가 현재 대북특사이건 물밑접촉이건 경색된 남북관계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단순히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에 대한 조사요구를 수용하지 않는다하여 경색국면을 조장하는 듯한 인상은 아닌지도 의문이다. 이 정부의 정치적 노련미가 떨어지는 것도 이런 이유때문이다.
본래 특사가 갖는 의미는 적지 않다. 참여정부시절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이 대북특사로 적지않은 역할을 한 바 있고, 미국의 경우는 카터 전 대통령, 헤이그 전 장관 등이 대북특사로 파견될 정도로 대북특사란 이력이 갖는 무게감도 총리설을 넘어서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대통령이 대북특사 제안을 받아들여서 박 전대표를 북에 보냈다고 해서, 북한이 많은 현안을 순순히 수용하리란 보장은 없다. 오히려 과거 이데올로기 이념과 ‘독재자의 딸’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게 작용할 수도 있는 문제다.
어쨌든 여러 각도에서 당 안팎의 문제를 일거에 해소할 기회를 날려버리는 것은 아닌지, 사안마다 엇박자냐는 비난만 들음으로써 공연한 분란만 만든 것은 아닌지, 이 정부와 여당은 보다 진지한 고민을 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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