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태 칼럼] 정부가 결국 위기 키우나
[김남태 칼럼] 정부가 결국 위기 키우나
  • 김남태 편집국장
  • 승인 2008.09.22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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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위기의 검은 먹구름이 유럽을 지나 아시아 한국까지 번지면서 시중 자금난과 금융혼란,기업몸살 등 사면초가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위기에 결코 우리나라가 문제될 것은 없다며 큰소리쳐 왔으며 지금도 책임당직자의 말들이 서로 달라 이같은 위기에 대처하지 못하는 시스템 부재의 난맥상을 그대로 보이고 있다.
지난 15일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진 이후 지금까지 우리 정부 당국자들의 발언은 거의 낙관론 일색이다.
그 진원지는 청와대다.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 경제에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18일), “불확실성이 드러나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게 됐다”(19일)고 말하는 등 연일 낙관론을 이끌고 있다.
전광우 금융위원장 “빠른 시일 내 안정될 것”(17일), 김동수 기획재정부 1차관 “시장 불확실성 제거돼 긍정적”(16일), 김용환 금융위 상임위원 “우리 시장에 영향 미미할 것”(17일), 임승태 금융위 사무처장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는 마무리 단계”(17일) 등도 긍정론에 힘을 보탰다.
더욱이 한승수 국무총리는 지난 11일 “금융불안이 다 지나갔다고 말하는 건 성급하다”고 지적한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에 대해 “시장에 혼란을 준다”며 경고를 해, ‘다른 목소리’를 통제하려는 움직임까지 내보였다.
이 총재는 17일에도 “(글로벌 경제위기가) 실물 쪽은 이제 막 시작이다. 어려운 시기가 더 지속될 것”이라고 말해 당국자 가운데는 거의 유일하게 ‘신중론’을 펴고 있다.
이런 와중에 차오르는 물은 이미 코앞까지 와 있으며 하시라도 둑을 넘치고 터져갈 듯 위세가 당당하다.
벌써부터 유럽이 그 영향권에 놓일 것이며 이번 사태가 아시아 든 누구든 자유로울 수없다는 지적과 진단이 수없이 쏟아지고 있지만 어쩐 일인지 이런 상황에 오히려 긴급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담담하다니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이처럼 낙관론과 신중론이 부딪치는 가운데 정작 경제 사령탑이라 할 수 있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 금융위기 현상이) 앞으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모르겠다”(17일), “금융시장 불안이 실물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려된다”고 말하는 등 본인도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듯한 인상을 심어줘 ‘경제 구심점’ 노릇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일심 정부는 이런 위기가 현실화 되더라도 악화만은 피해야 한다는 생각일 듯 싶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런 식의 논리로 시장악화와 혼란이 막아진 예가 없을 뿐만 아니라 이때문에 시기를 놓치게 되면 더더욱 심각한 상황이 연출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기나 하는 것인가.
사기(史記) 유경열전(劉敬列傳)에는 한나라 고조(高祖)와 유경의 대화가 실려 있다.
유경은 고조에게 폐하께서는 촉땅과 한을 석권하고 항우와 싸워 요충지를 차지하도록까지 대전(大戰) 70회, 소전(小戰) 40회를 치렀습니다. 이로 인해 백성들의 간과 골이 땅바닥을 피칠하게 되었고 아버지와 자식이 들판에서 해골을 드러내게 된 것이 이루 헤아릴 수 없습니다(使天下之民, 肝腦塗地, 父子暴骨中野, 不可勝數)라고 하였다.
유경은 덕치(德治)가 이루어졌던 주나라의 경우와는 달리 한나라 고조는 많은 전쟁을 치르며 땅을 차지하였기 때문에 앞으로 발생할 반발세력의 저항이나 외부의 침략을 예상하고 있었다.
따라서 그는 고조에게 옛 진나라의 요충지인 함양(咸陽)을 도읍으로 정하도록 충고하였던 것이다.
이번 미국발 금융위기는 대공황 이후 80년 만에 처음 겪는 일이며 사상 유례없는 충격을 예고하는 사태인 만큼 그 파장이 어디로 튈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인데 우리 정부는 정답을 미리 정해놓고 그에 맞는 답변만 하고 있어 도무지 믿기가 힘이 들 정도다.
이번 산업은행의 리먼 브러더스 인수 시도에서 본 바처럼 세계 금융시장에 대한 한국의 예측능력이 얼마나 떨어지는지를 그대로 드러낸 현실에 정부가 이처럼 소심한 대응을 택하는 것이 전란으로 간과 뇌가 흙과 범벅이 되는 간뇌도지(肝腦塗地)로 우리 국민을 내몰고 있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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