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길의 공이 한 삼태기로 무너진다
아홉 길의 공이 한 삼태기로 무너진다
  • 이강부 부국장
  • 승인 2007.04.03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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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길의 공이 한 삼태기로 무너진다는 말은 아홉 길이나 되는 산을 거의 다 쌓아 놓고서 마지막 한 삼태기를 게을리 한다면 지금껏 해온 공적이 모두 수포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99.9퍼센트까지 일을 다 해놓고 마지막 0.1퍼센트의 마무리를 못해 일이 수포로 돌아갈 때 구인공휴일궤란 말을 쓰며 서경 여오(旅獒) 편에서 볼 수 있다.
주나라 무왕이 은나라를 멸망시키고 새롭게 주 왕조를 열었을 때로 당시 서쪽에 있는 여(旅)나라에서 오(獒)라는 짐승을 공물로 바쳤다.
오는 4척이나 되는 큰 개인데 사람 말을 이해하고 잘 따랐기 때문에 무왕은 매우 진귀하게 여겼다.
그러자 아우인 소공(昭公)이 그런 기이한 동물에 마음을 빼앗겨 막 창업한 왕조를 위태롭게 해서는 안 된다며 “왕께서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정사에 부지런히 힘써야 하고 이런 사소한 행실부터 삼가지 않으면 마침내 큰 덕을 훼손시키는 것으로 이른바 산을 쌓는데 아홉 길까지 다 쌓아놓고서 마지막 한 삼태기가 모자란다면 지금까지의 공이 수포로 돌아간다”고 간했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시작되면서 민선 자치단체장들이 외치는 구호는 아마도 혁신을 통한 고객만족 행정을 펼치겠다는 대 명제 아래에서 지역의 현안을 찾아 이를 해결하고 시민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한 정책의 수립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자치단체에서 볼 수 있는 상황은 혁신을 통한 고객만족이라는 대 명제가 퇴색해 단체장의 재임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며 행적 남기기에만 열중하는 것 아니냐는 회의적인 시각으로 보는 시각도 지배적이다.
또 일부 자치단체장의 과욕으로 지방 자치단체가 수행하기 어려운 이벤트성의 분야까지 무리하게 손을 대며 이로 인한 행정력이 낭비되고 있다는 우려의 소리가 일고 있음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더욱이 치자는 시민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한 새로운 사업도 중요하겠지만 우선 자신이 내세운 공약의 실천과 주민의 현안 숙원을 찾아 이를 우선 해결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아 안타깝게 하고 있다.
특히 일부 실무 부서의 고충은 기존의 업무에 이벤트성의 사업까지 추가되면서 과부하가 걸려 있는 실정임을 직시하고 과욕을 접어 기 추진 중인 사업의 완료에 주력하며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사업 완료를 위해 지금까지 쏟아온 아홉 길의 공이 마지막 한 삼태기를 올리지 못하고 게을리 한다면 99.9퍼센트까지 일을 다 해놓고 마지막 0.1퍼센트의 마무리를 못해 일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구인공휴일궤의 교훈을 새겨는 현명한 치자로 바로 서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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